[조기대선, 충청의 민심을 듣다]
尹비상계엄 여파 보수에 대한 거리감 커
이재명 역시 “믿기 어렵다”는 반응 많아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에 정치 피로 쌓여
정책 연속성·국민 신뢰 회복 필요성 강조

23일 한가한 중앙시장, 상인들은 경제를 살리는 공약이 주가되길 희망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23일 한가한 중앙시장, 상인들은 경제를 살리는 공약이 주가되길 희망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6·3 대선을 40일 앞둔 23일 대전역, 시민들은 정책 중심의 정치를 희망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6·3 대선을 40일 앞둔 23일 대전역, 시민들은 정책 중심의 정치를 희망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오는 6월 장미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충청권 유권자들의 마음은 복잡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보수 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지만 진보 진영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선호도도 크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23일 충청권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보수 진영에 대한 반발과 진보 진영 후보에 대한 불신 사이에서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양 진영 모두 확신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엄의 충격과 후보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맞물리며 복잡한 여론 지형이 형성된 모양새다.

정치에 대한 불신, 정당에 대한 피로감, 경제 불안 등이 얽히며 이번 대선을 ‘가장 무력한 선거’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전 내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영자(58) 씨는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다 맘에 들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가 될 것 같긴 한데, 그 사람도 불안하다"며 "보수에선 마땅한 사람이 없고, 이재명은 되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또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결국 뽑게 되지 않겠냐"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렇게 허무하고 의미 없게 느껴진 선거는 또 처음이다"며 "당선된 대통령이 그저 나라를 잘 책임져 주길 기도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대전 중구에서 만난 강성구(46) 씨는 "대통령이란 자리가 나라를 위한 헌신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한 자리처럼 느껴진다. 우리 같은 상인들은 지난 몇 년 사이에 희망 자체가 사라졌다"며 "내수 경기 살릴 방안 없이 정치만 한다면 누굴 믿고 표를 주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서적 충격이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압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전역에서 만난 최서현(42·충남 천안) 씨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제적으로도, 국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줬다"며 "그런 사태에도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엔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충청권 2030세대 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23일 충청권 2030세대 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23일 배종남 대전중앙시장 상인회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23일 배종남 대전중앙시장 상인회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석준 수습기자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과 소모적 정쟁에 대한 피로감도 컸다.

세종 나성동에 거주중인 이성현(29) 씨는 "서로 물어뜯는 정치가 진절머리 난다. 토론장에서도 정책 토론보다 상호 비방에만 집중하는 정치가 지겹다"며 "당이 다르더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이상적인 모습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황윤호(68·충북 청주) 씨는 "당선되면 공약은 다 무시하고 새로 시작하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며 "당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뀌고, 공무원들도 잇따라 흔들린다.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냐 매 선거마다 기존의 정책은 없어지고, 행정의 일관성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정치싸움에 국민들의 불안만 계속된다"며 "이제 싸우지 말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해달라"고 덧붙였다.

경제, 미래, 취업 등 잘 먹고 잘사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당층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신중앙시장 상인회장인 배종남(70) 씨는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 백화점도 손님이 없는데, 전통시장은 더 하다"며 "여든, 야든 내수 살릴 대책 없이 공약만 내세우면 의미 없다. 망시키는 게 반복되면 호남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다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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