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바야흐로 참외의 계절이다. 노랗게 익은 참외가 시장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손에 쥐면 단단하면서도 가볍게 감기는 촉감이 느껴지고, 껍질을 살짝 긁으면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청량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특유의 과즙이 시원한 여운을 남긴다. 참외는 봄이 왔음을 알리고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최고의 과일 중 하나다.

재미있는 것은 참외를 먹는 방식을 두고도 논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가로로 자를 것인가, 세로로 자를 것인가? 가볍게 넘길 문제 같지만, 사실 이 선택에는 나름의 철학과 경제적 교훈이 숨어 있다. 가로파는 이렇게 주장한다.

‘참외는 가로로 반달 모양으로 썰어야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한 입에 쏙 들어가고 과즙이 흐를 걱정이 없어.’ 반면, 세로파는 돗단배 모양으로 길게 썰어 멋스럽게 먹는 것이 참외의 참맛이라고 말한다.

‘세로로 썰면 손에 들고 우아하게 베어 물 수 있어! 과즙이 흘러도 그게 바로 참외를 먹는 묘미지!’

이쯤 되면 단순한 취향 차이를 넘어선다. 참외를 자르는 방식 하나에도 소비자들의 성향이 드러난다.

가로파는 실용성과 깔끔한 먹기 편함을, 세로파는 스타일과 감각적인 즐거움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제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어떤 소비자는 효율성을, 또 다른 소비자는 감성을 우선시한다.

기업이 제품을 설계할 때도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을 위한 실용적 제품과 감성적 경험을 강조한 프리미엄 제품이 공존하는 이유다.

우리가 잘 아는 세종대왕도 참외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그는 궁궐에서 참외 재배를 직접 챙겼으며, 신하들에게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실용적 정책을 중시했던 세종대왕이 참외를 먹는 방식에서도 같은 고민을 했을까? 어쩌면 그는 실용과 감성,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면서 백성들에게 참외를 보급하는 방법까지 고민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방식이 아니라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의미와 가치다. 실용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감성과 경험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때도 있다.

참외를 먹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가로든 세로든, 결국 같은 참외를 맛보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어떨까?

때로 우리는 나와 다른 방식을 쉽게 배척하곤 한다. 그러나 다름은 또 다른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가로로 먹든, 세로로 먹든, 때로는 한입 크기로 썰어 먹든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방식이 모여 더 다채로운 세상을 만든다.

당신은 가로파인가, 세로파인가? 아니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유연한 선택의 주인인가?

사실 중요한 것은 가로냐 세로냐가 아니다. 어떤 방식이든 스스로 즐기면서 맛있게 먹는 것,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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