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형 대전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너무 알려져 식상한 느낌인 ‘쇼생크 탈출’이다.
감옥에서의 우정과 희망, 지루할 틈이 없는 스토리와 깊은 메시지는 언제 봐도 명불허전, 참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어림잡아도 대여섯 번은 본 영화인데 볼 때마다 발견되는 복선과 메타포는 늘 새롭다. 감옥이라는 공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고뇌와 절망 속에서 ‘앤디 듀프레인’과 ‘레드’가 만들어 가는 특별한 희망과 인간 본성의 복잡성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와 감정적으로 호환돼 감정의 파도에 나도 모르게 휩싸이게 된다.
복잡한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하는 예상 밖의 트위스트는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고 화면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프랭크 다라본트’라는 걸출한 감독의 탁월한 연출은 독보적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뜻밖에도 과거 교사 시절의 수업 장면을 재생해 보게 된다. 내가 매일 준비해 간 혹은 연출해 간 한 시간 짜리 수업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보여졌을까?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떤 감동을, 어떤 지적 희열을 줬을까를 회상하면서 때로는 무안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유쾌해지기도 한다.
나는 좋은 수업을 한 편의 좋은 영화에 비유했었다. 수업은 한 편의 영화와 조직 방식이 닮아있다. 교실은 실감나는 영화의 세트장과 같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 모형을 적용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표정 변화와 행동에 대응하며 가장 효과적인 학습자료를 선택해 제시하는 일들은 고도로 시스템적이고 의도적이어야 한다. 마치 영화에서 배우, 대본, 소품, 빛, 소리들도 모두 의도된 의미를 갖듯 수업에서도 교사의 언어, 학생들의 활동, 각종 교구,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 교실 뒤에 걸려있는 게시물마저 의미가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보는 학습지는 완성도 높게 구성돼야 하며 수업 중의 상호작용을 위해 교사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통찰력을 가지고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완성도 높은 좋은 수업은 설계·적용이 늘 어렵고 시간이 필요하며 고된 일이다. 수업을 빼놓고는 교사를 올바로 정의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교사들은 숙명처럼 수업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모습은 마치 영화감독들이 영화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처럼 힘든 일인 것이다.
최종 검증 단계에 있는 올해 전국 수업혁신사례연구대회에서 우리 대전교육청 소속 선생님들이 거둔 성과는 실로 놀랍다.
전국 1등급 교사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등교사가 13명, 중등교사가 18명으로 타 시도와 비교가 힘들 정도로 가히 압도적이다.
우리는 교사들이 한 시간짜리 좋은 수업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존중해야 한다. 좋은 수업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힘이며, 대전교육의 밝은 희망이다. 영화 속‘앤디 듀프레인’의 대사를 다시 떠올려 본다.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이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