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 사칭해 현금 인출 유도
영동 80대 노인, 3050만원 돈 뜯겨
연속 범행 시도 은행원 기지로 모면
경찰, CCTV 영상 확보 등 수사 속도

보이스피싱. 충청투데이 DB
보이스피싱. 충청투데이 DB

[충청투데이 이진규 기자] 최근 충북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은행 직원들이 적금 통장의 돈을 빼돌린다”며 통장의 돈을 인출하게 유도한 후 현금을 가로채는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영동군 상촌면에 거주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아들 A 씨는 24일 충청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8일 80대 노모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노모에게 전화를 건 상대방은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농협과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어머니 적금 통장에서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거짓 내용으로 어머니에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은 “통장의 돈을 바로 인출해서 금융감독원에게 맡겨야 안전하다”면서 “당장 은행으로 가서 통장의 돈을 인출할 것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에 마을이 급해진 80대 노인은 농협과 새마을금고를 방문, 1050만원과 2000만원을 현금으로 각각 인출했다.

인출한 현금은 검은 봉지 속에 담은 뒤 보이스피싱범이 지정한 장소에 가져다 놓았다.

305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순간이다.

보이스피싱범의 사기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범은 다음날 다시 해당 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수법으로 3000만원을 갈취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의 기지로 두 번째 범죄 피해는 모면할 수 있었다.

A 씨는 “다행히도 이틀 연속 큰 돈을 찾는 어머니를 이상하게 여긴 직원의 신고 덕분에 두 번째 피해는 모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가 평생 농사를 지으면 힘들게 모은 돈이 한순간에 사라져서 허무하다. 당사자의 고통은 더없이 크다”면서 “농촌 사회 어르신들에게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루빨리 범인이 잡혀서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돈을 갈취한 운반책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규 기자 kong290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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