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둔산동 일대 장애인 화장실 둘러보니
15곳 중 10곳 문 잠겨 있거나 창고 전락
바닥 곳곳 술병·담배꽁초… 쓰레기 가득
사회 약자 이용할 수 있게 개방·관리해야
[충청투데이 장심결 기자] 장애인 화장실이 쓰레기 창고로 쓰이거나 청소년들의 비행 아지트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실수요자(장애인·노약자·임산부)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2일 찾은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상가 건물 내 장애인 화장실에는 50ℓ 정도 크기의 비닐봉투 4개와 각종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비닐봉투에는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담겨 있었고 청소 도구함도 화장실 안에 비치돼 사실상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인근 상가 15곳 중 10곳에서도 이와 같이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 도구함 등으로 활용하거나 아예 문을 잠가 놓은 곳도 있었다.
또 일부 화장실은 변기 위에 쓰레기가 쌓여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지어진 공공건물 또는 공중이용시설에는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장애인들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도심 상권에서는 쓰레기 창고로 전락한 실정이다.
둔산동의 한 상가 관리인 A 씨는 “장애인 화장실을 개방해 놓으면 아무나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금세 엉망이 된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애인 화장실을 잠가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상가에서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화장실에서 청소년들의 비행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등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공중 화장실 청소관리인 박모 씨는 “매일 공중 화장실들을 청소하러 다니다 보면 장애인 화장실 칸에 담배꽁초나 술병과 안주 쓰레기를 보는 게 허다하다”며 “아직 술집에 가지 못하는 일부 청소년들이 담배 피거나 술 마시는 장소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무 설치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이영구(54·중구 중촌동 거주) 씨는 “화장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이용치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장애인 화장실을 비롯한 장애인 편의 시설이 개선돼 휠체어를 타고도 어디든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기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처장은 “장애인 화장실은 편의증진 법에 따라 노약자나 임산부도 같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때문에 반드시 그 공간은 비워두고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장애인 편의 시설을 임의로 막거나 용도 변경하는 것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시 관계자는 “건물 신축인허가 할 때 장애인 편의 시설에 대한 의무사항 협의를 각 구청 사회복지과와 진행한다”며 “만약 허가를 받고 준공한 장애인 편의 시설을 임의로 훼손한다면 구 차원에서 단속이나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심결 기자 sim2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