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당, 공연 하루 전 취소 결정
6억 5000만원 투입… 250명 출연
경기권 제작업체가 무대 제작 맡아
납기일 안 지키고 일방통보 뒤 지연
소품 25%만 납품… 이마저도 부실
대전예당, 수없이 공문 발송 요청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 예정

대전예술의전당 2023 제작오페라 베르디 [운명의 힘] 공연 취소 안내.
대전예술의전당 2023 제작오페라 베르디 [운명의 힘] 공연 취소 안내.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 제작오페라가 공연 하루 전 갑작스럽게 취소되며 1500여명의 예매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무대 세트 제작업체가 공연 전날까지도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이유에서인데 향후 제작업체 선정과정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전예당은 자체제작 오페라 베르디 ‘운명의 힘’ 공연을 하루 앞둔 7일 돌연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공연 전날까지도 무대 세트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것.

당초 8~11일 무대가 예정된 이번 공연은 총 6억 5000만원의 시비가 투입, 250여명의 출연진들이 참여할 계획이었다.

이는 대전예당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제작 오페라 시리즈’ 19번째 작품이다.

이중 1억원은 무대 제작비용으로 대전시가 공개입찰방식으로 선정한 경기권의 한 제작업체가 맡게 됐다.

당초 납기일은 지난 2일까지였는데 제작업체의 일방적 통보로 지연됐고, 결정적으로 3막 동굴씬에 필요한 핵심 구조물이 전날까지 도착하지 않아 공연은 무산됐다.

전체 무대 제작에 필요한 소품의 25%만 납품이 완료된 상황이며, 이마저도 부실해 공연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게 대전예당의 설명이다.

주름막이나 레이스커튼, 케이브 등에 방염소재를 사용해 달라고 시방서를 보냈으나 시방서 내용과는 달리 단가가 낮은 저렴한 소재로 제작돼 왔다고도 전했다.

실제 시방서를 확인해보니 제작세부사항에는 항목별 소재, 사이즈, 컬러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고 디테일한 제작방법까지 설명돼 있었다.

대전예당 담당자는 "심지어 기 납품된 1막과 3막에 설치되는 아치형 벽체의 경우 리허설 과정에서 일부가 파손돼 추락하며 인명사고까지 날 뻔 했다"며 "통상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물 무게는 800㎏인데 해당 설치물은 1t이 넘었고 규격도 초과돼 대전예당 직원들이 톱으로 자르는 등 3일 밤을 보수작업으로만 꼬박 새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작업체에게 납품기한을 맞춰달라고 수도 없이 이행 촉구 공문을 보내고 무대의 안전성을 기해달라는 요청도 반복해서 했다"고 답했다.

공연은 나흘 간 총 1568장이 선예매 됐으며 취소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 개별 연락이 취해진 상태다.

계약상대자의 계약 불이행 또는 하자 발생 등의 사유로 무대장치제작 지연에 따른 대전예술의전당이 입은 손해에 대해선 손해 배상하도록 계약된 만큼 향후 법적다툼이 예상된다.

공연 연출을 맡은 이경재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참담하고 아쉬운 심정이다. 여태껏 연습한 게 억울하고 아까워 무대 세트 없이 공연 하겠다는 출연자들도 있었다"며 "모두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더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재정비해서 추후에라도 꼭 무대를 올렸으면 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편 충청투데이는 해당 제작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회신이 오지 않았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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