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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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시즌이 끝나고 난 뒤, 구단이 팀 전력 보강을 위해 노력하는 시기’ 몇 년 전 종영된 TV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나온 설명 문구다. 스토브리그는 비단 프로야구가 아닌 프로축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023년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생팀 천안시티FC에게는 이제 단 1경기만 남은 상태다. 오는 26일 FC안양과의 원정 경기를 마치면 천안은 내년 준비를 위한 전력강화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천안의 준비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면 암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무엇보다 천안은 새로운 선수 영입과 기존 선수 방출 등을 진두지휘할 수장인 ‘단장’이 공석이다.

비록 시즌 중 영입된 총괄 스카우터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각종 데이터 등을 토대로 구상을 제안하는 것에 그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프로스포츠 구단에 총책임자로서 단장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구단이 달라진 팀 컬러를 위해 공격적인 선수영입에 나설 것이란 소리는 들린다. 그러나 가치 있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협상이 불가피하다. 곳간이 풍족하지 못한 천안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축구계 전반에 걸쳐 인맥이 풍부하고 잔뼈가 굵은 전문가를 서둘러 영입해 시즌 준비에 나설 때이다.

가뜩이나 신생팀 천안은 시즌을 치르며 프로 축구계에서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단장의 석연찮은 중도 사퇴와 여름 이적시장 선수 영입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 구단 사무국 내부 갈등, 여기에 산하 유스팀 창단을 둘러싸고 나온 미숙한 행정까지.. 시민구단에게서 나올 수 있는 각종 악재가 단 한 시즌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천안의 당면과제는 ‘신뢰 회복’이라는 말이 축구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천안 구단이 단장을 선임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현행 체계를 내년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책임은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이어가고 싶은 몇몇의 욕심이 변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천안에게는 큰 틀의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 단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의 소소한 개편은 의미가 없다. ‘천안이 달라진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고 구단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단장 선임이 시급하다.

천안시티FC는 첫 시즌을 치르며 나름의 ‘희망’을 봤다. 타 구단들과 비교해 부모 손을 잡고 축구장을 찾는 어린이 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준비로 새로운 시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한다면 팬들은 축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축구장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시민프로축구단의 존재 이유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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