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신규 전세사기 피해 확인
임대인 3인 건물 22채 임의경매
임대인, 중개업자와 유착관계 의혹도
법 보호 낮아 신규피해자 자포자기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와 100여명의 피해자는 지난 24일 오후 대전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는 주거권을 침해하고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은 중대한 악성 범죄이자 사회적 재난으로, 국가는 이에 책임을 통감하며 적극적으로 구제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023.11.24 사진=연합뉴스.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와 100여명의 피해자는 지난 24일 오후 대전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는 주거권을 침해하고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은 중대한 악성 범죄이자 사회적 재난으로, 국가는 이에 책임을 통감하며 적극적으로 구제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023.11.24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 #.60대 박상덕 씨(가명)는 퇴직금 약 1억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대전 중구 부사동 소재 한 다가구주택에 전세로 입주했지만 올해 2월 건물에 대한 임의경매가 개시되면서 입주 4개월 만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돼 버렸다. 해당 건물을 포함해 임대인 소유의 건물 다수가 임의경매에 들어간 것을 알게 된 박 씨는 현재 법적대응과 형사고소 등을 진행 중이다.

최근 상호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임대인 3인 소유 다가구주택 20여 채에 대한 임의경매가 개시되면서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는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8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임대인 3인의 건물 22채 중 19채가 채무불이행으로 임의경매에 들어갔다.

각 건물에는 10억~20억원 상당의 근저당 채권이 설정돼 있는 가운데 최소 200여명이 넘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피해자들은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로 임대인들의 조직적인 전세사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3명의 임대인 사이에서 친인척 관계, 주소이전 등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한 전세사기 의심건물 임차인는 “제일 많은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 A씨와 또 다른 B씨가 외삼촌-외조카 사이로 확인됐고, B씨와 다른 임대인 C씨는 A씨 소유의 다가구로 주소를 옮겨둔 상태”라며 “임대인 사이에 사적관계가 확인된 만큼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정 부동산과 결탁해 사기가 의심되는 건물로의 계약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피해건물 임대차 계약 중 일부가 대전 서구 내동에 위치한 특정 부동산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점에서다.

또 다른 건물 임차인는 “임차인(세입자) 중 동일 부동산에서 동일한 건물을 소개받은 경우가 다수”라며 “계약 당시 보여줬던 매물들도 이제 보니 다 사기가 의심되는 건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부동산은 임의 경매가 개시되기 약 3달 전인 지난해 11월 폐업을 신고,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인, 중개업자 등 주요 관계자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임차인들은 구제 절차 시행에 대한 의지를 잃어가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사각지대에 놓은 특별법으로 인해 법적 구제 기대감이 낮고, 선순위 채권으로 인해 경매를 통한 보증금 회수도 가능성까지 낮게 점쳐지면서다.

장선훈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역 전세사기의 피해규모가 커지고 앞선 피해자의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신규 피해자들이 대응할 의지를 잃고 있다”며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받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지가 점점 떨어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경식 기자 ksyoon110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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