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한밭대, 2024학년도 학부 등록금 ‘그대로’
“고물가속 부담 완화” 설명에도 교육부 의식한 듯
정부 지원정책 불이익 우려 사립대도 동결 분위기

대학 등록금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대학 등록금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대전지역 국립대인 충남대학교와 국립한밭대학교가 모두 2024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동결했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이 역대 최고로 높아졌지만, 대학들은 재정 지원 권한을 쥔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쉽사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11일 대전 대학가에 따르면 충남대와 한밭대는 전날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2024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한밭대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17년, 충남대는 2009년부터 16년 연속으로 등록금을 동결 및 인하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국립대로서의 책무와 고물가에 따른 학생·학부모의 학비 부담 경감이 이번 동결의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속내엔 교육부의 따가운 눈총이 자리하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024학년도 대학(대학원)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을 공고하며 5.64%라는 역대 최고 상한을 제시했다.

대학 입장에선 10년 이상 고정돼 있던 등록금을 올릴 희소식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교육부는 ‘동결 기조’라는 입장도 분명히 내걸었다.

그러면서 지난해보다 500억원 늘린 총 350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Ⅱ를 등록금 동결 및 인하 대학에만 지급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국가장학금Ⅱ를 받는 것보다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재정적으로 이득이라는 의견도 대학가에서 들렸지만, 결과적으로 대전 국립대들은 동결을 택하며 교육부에 반기를 들지 않았다.

비단 국가장학금Ⅱ뿐만 아니라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등 여러 재정 지원 사업도 고려해야 하다 보니 교육부 기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글로컬대학 1차 선정에서 대전 내 신청 대학이 모두 고배를 마신 바 있어 올해 지역 대학들은 더욱 교육부의 입김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전 대학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각 대학에 전화를 걸어 등록금 동결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역대급 인상률 상한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충남대와 한밭대에 이어 대전 사립대들도 등록금 인상보다는 동결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대전대, 목원대, 배재대, 우송대, 한남대 등 사립대는 이달 중 등심위를 열고 2024학년도 등록금을 결정할 계획인데, 동결 시 2012년부터 13년 연속 동결 및 인하를 유지하게 된다.

대전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 시 각종 국가 재정사업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현재 학교에서 국책사업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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