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이권 갈등·업무 미숙 지속 보도
모금회, 11일까지 잔여기금 환수 통보
"불응 시 민·형사상 조치 취할 수 있어"
피해민 환영… "삶의 터전 복원 되길"

2007년 12월 검은 기름띠로 물든 태안 만리포의 모습. 아래 사진은 10년이 지난 5일 오후 푸른 에메랄드 빛을 되찾은 만리포의 모습. 2017.12.5 [충남군 제공=연합뉴스, 항공촬영팀]
2007년 12월 검은 기름띠로 물든 태안 만리포의 모습. 아래 사진은 10년이 지난 5일 오후 푸른 에메랄드 빛을 되찾은 만리포의 모습. 2017.12.5 [충남군 제공=연합뉴스, 항공촬영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속보>=2007년 12월 태안기름유출사고 피해지역 복원을 위해 피해민단체에 배분됐던 허베이 유류피해기금 3067억원이 다시 기금관리감독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환수된다.

피해민단체가 내부 이권 갈등과 업무 미숙으로 기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본보의 지속적인 보도 이후 모금회가 칼을 빼건 것이다. <4월 24·25·26·27·28일, 5월 2·3·4·8·12·15·22·24일, 6월 13·15일 보도>

모금회는 지난 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태안기름유출사고) 피해민 복리 증진과 지역공동체 복원사업을 위한 삼성중공업의 지정기탁 지원사업’ 배분금을 환수하기로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모금회는 또 배분금을 운용한 피해민단체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과(이하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에 오는 11일까지 잔여 기금을 모두 환수 조치하겠다고 이날 통보했다.

모금회가 기금 환수를 결정한 이유는 현재의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로는 기금 집행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모금회 관계자는 "허베이조합은 사업 초기부터 내부 갈등이 지속됐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며 "서해안연합회는 해양수산부 관리감독 비협조와 과도한 인건비 책정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에 기금 환수 통보를 마쳤고 불응할 시에는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금회가 회수한 기금은 태안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이 2018년 모금회에 기탁한 피해지역 발전기금이다. 모금회는 이 기금을 허베이조합에 2024억원, 서해안연합회에 1043억원씩 각각 배분됐으며, 두 단체는 해수부와 모금회의 관리감독 하에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허베이조합은 2028년까지, 서해안연합회는 올해까지로 사업기간이 정해져 있어 연차별 계획에 맞춰 기금을 집행해야 했으나, 약 5년 흐른 현 시점까지도 기금을 적절히 집행하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민을 힘들게 했다. 허베이조합의 경우 전체 3067억원 중 지난해까지 11%에 불과한 226억원만 집행했고, 서해안연합회는 올해 사업이 종료되는데도 원금 없이 이자만 사용했다.

본보는 이같은 두 피해민단체의 기금 운용 실태를 수차례 지적하며 감독기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모금회는 지난 4월 ‘신규 사업 금지 및 임직원 보수 중단’이라는 기금 동결에 준하는 조치를 내렸고, 이날 회수로 조치 수위를 높였다. 모금회와 해수부는 잔여 기금이 다시 지역공동체 복원에 쓰일 수 있도록 지자체, 전문가, 지역민 등의 의견을 수용해 사업체계를 개선할 예정이다.

모금회의 기금 환수 결정에 유류피해민은 환영하고 있다. 홍성에 거주하는 피해민 김옥태 씨는 "수년간 기금 미사용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제야 희망이 보인다"며 "환수된 기금이 피해민의 삶의 터전을 복원하는 데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중곤·김지현 기자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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