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멈춰버린 태안의 기적, 잠자는 3000억원
④ 4년 5개월 만에 칼 빼든 모금회·해수부, 사실상 ‘기금 동결’
모금회, 신규·대규모 사업 잠정 중단, 임원 보수·수당 지급 불가 통보
양 단체에 내달 4일까지 규제 반영한 자금집행계획서 제출 지시내려
연합회 "규제 따르지 않을 것"… 조합에 입장 물었지만 답변 듣지 못해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사고 100일을 앞둔 2008년 3월 12일 기름 직격탄을 맞은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에서 주민들이 아직도 검게 물든 해안 갯돌을 닦고 있다. 충청투데이 DB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사고 100일을 앞둔 2008년 3월 12일 기름 직격탄을 맞은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에서 주민들이 아직도 검게 물든 해안 갯돌을 닦고 있다. 충청투데이 DB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4년 넘게 삐걱거리고 있는 태안 유류피해기금 집행에 대해 기금사업의 관리·감독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해양수산부가 마침내 ‘기금 동결’에 준하는 고강도 조치에 나섰다.

26일 취재를 종합하면 모금회는 해수부와의 검토 끝에 최근 기금사업 단체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과 서해안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자금집행 규제 협조 공문을 보냈다.

기금 배분 이후 단체 내부 갈등과 지역 간 갈등이 지속되고, 현실적인 사업계획도 부재해 자금 집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공문의 요지다.

앞선 2018년 11월 모금회는 두 단체와 삼성발전기금 배분사업 계약을 체결하며 조합에 2024억원을, 연합회에 1043억원을 배분했다. 사업기간은 조합이 2028년, 연합회가 2023년까지다.

모금회는 공문을 통해 사업 정상화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 집행 규제가 검토됐고, 배분분과실행위원회와 이사회에서 자금집행 규제가 승인됐다고 밝혔다. 조합과 연합회의 기금 사용을 사실상 동결시킨 것이다.

모금회는 공문에서 두 단체의 올해 신규 및 대규모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임원 보수·수당 지급도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자금 투입 제한으로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기금 사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조합의 서천지부 요양병원 운영과 연합회의 사업계획 수립 용역을 제외하면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계속사업이 없다는 것이 해수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모금회는 또 양 단체에게 내달 4일까지 이 같은 규제를 반영한 자금집행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선 해수부와 자금집행계획서를 검토하고, 수행기관별 현장점검 이후 추후 계획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금회 관계자는 "자금집행계획서가 제출되면 해수부와 검토해 추후 기금 정상화 방안을 세울 계획이다"고 말했다.

규제 당사자인 조합과 연합회에서는 난처하다는 반응과 함께 조치가 지나치게 과하다는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연합회의 경우 기금 사업기간이 올해까지이다 보니 모금회의 규제 조치를 따르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오는 6월 끝나는 용역 결과에 맞춰 기금을 집행하겠다고 지난해 모금회 승인까지 받았다"며 "이제 와서 못 쓰게 막는다면 대정부 투쟁을 낼 것이다"고 주장했다.

본보는 이번 모금회의 기금 집행 규제에 대한 조합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중곤·김지현 기자 kgon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