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멈춰버린 태안의 기적, 잠자는 3000억원
⑦ 내부 갈등, 업무 미숙… 허베이조합 사업안 정할 총회도 못 연다
사업·예산 의결 대의원 총회 못열어 사업안 해수부 검토·모금회 승인 못받아 기금집행 불가능
대의원, 지부 자율성 보호하려 이사장 해임시도… 사업안 의결기구 제동 절차적 하자 발생시켜
[충청투데이 박기명 기자] 지지부진한 기금 집행으로 유류 피해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이 연차별 사업 계획을 결정할 총회를 열지 못하는 지경까지 마비됐다.
조합 본부와 지부의 갈등으로 총회 승인권자인 이사장은 해임 위기에 처해 있고,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대의원의 절반도 조합의 업무 미숙으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올해 사업과 예산을 의결할 대의원 총회가 아직까지 개최되지 않고 있다.
총회 의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업안에 대한 해양수산부 검토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승인을 받을 수 없어 기금 집행이 불가능하다.
조합은 2018년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삼성발전기금 배분사업계약을 체결해 유류피해기금 2024억원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의 총회 미개최 원인으로는 조합 본부와 지부 간 갈등이 극에 달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도권 다툼이 총회 소집권자인 이사장 해임 시도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2021년 국응복 조합 이사장이 각 지부의 등기상 사업자 대표를 지부장에서 자신으로 바꾸자, 대의원들은 그해 8월 임시총회를 열고 그에 대한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국 이사장은 해임안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패소 후 항소해 2심을 앞두고 있다.
대의원들은 지부의 자율성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이사장을 흔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조합의 사업안 의결기구에 제동이 걸리는 절차적 하자가 생긴 것이다.
익명의 조합원은 "지부와의 갈등으로 이사장 자리의 기능이 사실상 상실했다. 이사장이 조합원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고 전했다.
올해 초 조합의 미숙한 선거 실시로 전체 대의원 100명 중 49명이 자격을 박탈당한 점도 총회 개최를 불가능하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월 조합 본부는 한 달 전 선거로 선출된 서산·당진·서천 대의원 전원에 당선 무효 공고를 내렸다. 대의원 정수는 각 지부의 조합원 회의로 정해야 하는데, 3개 지부의 경우 자문위원회 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조합 규약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남은 태안 대의원 51명만으로 총회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반 참석이란 개최 요건은 충족하나, 태안지부가 모든 지부의 한 해 사업과 예산을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결국 총회 소집권자인 이사장도,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대의원도 없는 것이 조합의 현주소다.
조합 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대의원 총회가 열리지 않아 이사회에서 의결받은 준예산으로 기본적인 경비만 지출하고 있다"며 "사업은 아예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 이사장에게 대의원 총회가 개최되지 않는 등 기금 집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기명·김중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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