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사업단체들 환수 결정 불응
서해안연합회, 가처분신청 제기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 후 멈춤
주민들 “체계부터 잡았어야” 비판

2007년 12월 검은 기름띠로 물든 태안 만리포의 모습. 아래 사진은 10년이 지난 5일 오후 푸른 에메랄드 빛을 되찾은 만리포의 모습. 2017.12.5 [충남군 제공=연합뉴스, 항공촬영팀]
2007년 12월 검은 기름띠로 물든 태안 만리포의 모습. 아래 사진은 10년이 지난 5일 오후 푸른 에메랄드 빛을 되찾은 만리포의 모습. 2017.12.5 [충남군 제공=연합뉴스, 항공촬영팀]
지난 6월 14일 충남 태안문화원에서 개최된 ‘허베이 사업 정상화 모색 토론회’. 김중곤 기자
지난 6월 14일 충남 태안문화원에서 개최된 ‘허베이 사업 정상화 모색 토론회’. 김중곤 기자
2007년 태안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김 양식장에서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 사진 유류피해극복기념관 제공
2007년 태안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김 양식장에서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 사진 유류피해극복기념관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3067억원에 달하는 허베이 유류피해기금이 좀처럼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관리감독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금 환수 결정을 기금사업단체들이 불응하며 법적 분쟁까지 치달았고,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비상대책위원회는 사실상 멈춰 있다.

연내 기금 정상화 방안이 마련되기 어려우면서, 지역사회에선 모금회를 향한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모금회는 지난 9월 21일 ‘허베이사업 배분금 환수 조치 경과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모금회가 지난 8월 기금 환수를 결정한 이후 처음 연 비대위로, 해양수산부뿐만 아니라 그동안 기금사업에서 제외됐던 피해지역 지자체, 의회, 수협 등과도 새 사업 체계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기금 환수 작업과 비대위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지역에선 2007년 12월 태안기름유출사고로 마련된 유류피해기금이 제대로 사용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있었다.

문제는 연말인 현 시점까지 환수도 비대위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지난 9월 첫 회의 이후 멈춰 있다. 모금회로부터 2차 회의에 대한 안내가 없어 연내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비대위 참석자들의 중론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1차 회의 때 기금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속히 사업을 재개하자고 했지만, 추가 회의를 언제 열겠다는 모금회의 통보도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이자 태안이 지역구인 정광섭 충남도의원은 "첫 회의에서 특별히 나온 대안도 없었다"며 "모금회조차 (기금 환수 후)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을 못 잡는 것 같다"고 답했다.

더딘 것은 기금 환수도 마찬가지다. 기금사업단체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는 모금회의 계약 해지 통보에도 잔여기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2024억원을 배분받았던 허베이조합은 153억원만 반납했고, 1043억원을 운영한 서해안연합회는 한 푼도 내지 않은 상태다.

특히 서해안연합회는 법원에 모금회의 배분금 환수 조치를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에 뛰어들었다.

이렇다 보니 지역에선 모금회가 기금 정상화 작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의 태안 주민은 "모금회가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환수 후 사업체계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체계부터 잡은 뒤 환수에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금회는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가 그동안 기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8월 배분금 환수 조치와 함께 새 사업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허베이조합은 2019~2028년 2024억원을 집행해야 하나 지난해까지 226억원만 썼고, 서해안연합회는 사업기간이 올해까지인데도 원금에는 손도 안 대고 이자만 사용했다.

이 돈은 2007년 태안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이 기탁한 지역발전기금을 재원으로 한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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