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멈춰버린 태안의 기적, 잠자는 3000억원
⑥ 기름 범벅 오명 벗을 지역 대표 축제가 없다
[르포]만리포 해수욕장 가보니
유출사고 지점과 단 9㎞ 거리
해수욕장은 활기 찾아가지만
즐길거리 있는 상권 인적 ‘뚝’
"외지인 아직 편견 가지고 있어"
이미지 개선 위한 축제 필요성 ↑

지난달 30일 찾은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상권. 인적이 끊겨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상권. 인적이 끊겨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비성수기인데도 많은 사람이 해수욕장을 즐기고 있다. 김중곤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비성수기인데도 많은 사람이 해수욕장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바다에 뜬 기름을 치우기면 하면 끝인가. 기금 배분 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축제 한 번 열리지 않았다. (전완수 만리포관광협회장)"

30일 정오 찾은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비성수기였지만 도로 곳곳에 관광버스가 주차돼 있었고, 백사장에서는 기념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다수 보였다.

만리포 해수욕장은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사고 피해를 가장 먼저 입은 해수욕장이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단 9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약 15년 전 기름에 뒤덮인 바다였지만, 이제 기름은 걷혔고 해수욕장도 활력을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상권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풍경이 그려졌다. 식당과 놀이기구, 오락시설 등 먹고 즐길거리가 무안할 정도로 인적이 끊겨 있었다.

특히 놀이기구는 대부분 작동이 멈췄고, 그나마 깡통열차만 어린 관광객을 태우고 간간이 상권을 돌았다.

오락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오늘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장사가 안 된다"며 "관광객이 오더라도 돈을 쓰진 않는다"고 토로했다.

썰렁한 분위기는 만리포 입구에서 약 1km 떨어진 유류피해극복 기념관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오후 1시경 기념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 1명과 관람객 10명 남짓이 전부였다.

기념관에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념 유류피해극복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온 국민이 기름 닦이에 동참했던 역사와 추억을 돌아보고자 찾은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날 만리포 주민들은 유류피해극복을 소재로 한 지역 대표 축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태안 주민 B씨는 "만리포 해변은 아이들이 와서 놀 정도로 깨끗하지만 외지인들은 아직도 더러운 줄 오해한다"고 하소연했다.

태안 등 충남 4개 시·군의 기름 유출 피해민으로 구성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사고 책임자인 삼성이 출연한 기금 2024억원을 2018년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 집행의 기준이 되는 총괄사업계획에 ‘신규축제 개발사업’ 456억원이 편성돼 있지만, 현재까지 기름 유출 지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축제 개최 소식은 지역 사회에서 들리지 않고 있다.

조합원인 전완수 만리포관광협회장은 "축제와 관련한 기금 집행은 지난해 태안지역 전통시장 축제에 2차례 예산 지원한 것이 전부다"며 “조합의 능력이 안 된다면 지자체 등과 협력해 태안만 소화할 수 있는 축제를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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