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발 자체적으로 개강·수업 연기
내달 말 수업 시작해야 학사일정 소화 가능
교육부 “학생들과 학사 운영 정상화 논의”

전국적으로 의대에서 동맹 휴학을 예고한 지난달 20일 대전 중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정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2.20 사진=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의대에서 동맹 휴학을 예고한 지난달 20일 대전 중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정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2.20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의대생들이 반발하면서 충청권 의대 모두 본과(3~6학년)를 중심으로 수업 파행을 빚고 있다.

단체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자체적으로 개강, 또는 수업을 미루는 것인데, 정해진 기한 내 끝마쳐야 하는 학사일정을 감안하면 미봉책이다.

자칫 정부와 의대생의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의 의대생 유급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의대를 보유한 충청권 대학들에 따르면 현재 본과의 2024학년도 1학기 학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에 소재한 충남대 의대는 지난 5일 개강해 2주간 수업을 진행해오다가 같은달 1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수업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지난 4일까지 2주만 미루려했지만 정부와 의대생 간 갈등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학사 일정 재개 시점을 더 늦추게 됐다.

충남대는 예과와 본과를 합쳐 의대 재학생 573명 중 93%에 이르는 533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황이다.

1~2학년에 해당하는 예과는 지난 4일 정상 개강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충남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오는 17일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업을 더 연기할지 재개할지 그때 가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 의대들도 학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재학생의 98%(219명 중 215명)가 휴학을 신청한 충북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의대는 예과는 정상 운영하면서도, 본과는 무기한 수업 연기에 들어가 있다.

충북대도 본과의 개강 시점을 오는 25일까지로 미뤄 본격적인 신학기 일정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예과가 개강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전의 건양대, 충남 단국대 천안캠퍼스와 순천향대는 본과뿐만 아니라 예과도 2024학년도 1학기 개강만 하고 실제 수업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뜻으로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을 보호하기 위해 각 대학이 수업을 개시하지 않고 있지만, 오는 8월까지 1학기 학사일정을 마쳐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

고등교육법 등을 고려하면 1학기에 최소 15주의 수업일수를 확보해야 해 여름방학을 없앤다고 가정해도 최소 오는 5월 20일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마저도 교수가 진료와 강의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한 달 앞당긴 내달 말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수업의 4분의1 이상을 결석하면 F학점을 받으며 다음 학기로 넘어갈 수 없어, 자칫 의대생의 대규모 유급 사태가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감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 대화에 응하는 경우 의과대학 학사 운영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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