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정부 지침 비판
업무가중 및 환자 생명 위협주장도

전공의 집단이탈 나흘째인 지난 2월 24일 오전 대전권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4.2.24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 나흘째인 지난 2월 24일 오전 대전권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4.2.24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지역 대학·종합병원에 계약 예정이었던 신규 수련의들마저 대부분 임용을 포기하는 등 사태가 극에 치닫고 있다.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의료 현장의 비판이 잇따르는 등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10일 대전시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4시 기준 대전지역 종합병원 10개소 수련의(인턴, 전공의) 425명 중 409명(90.6%)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은 중증·응급질환자를 중심으로 수술실 가동률을 20%에서 50%까지 줄인 상황이다.

대전을지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도 평소의 60∼70% 수준으로 수술·응급의료를 축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 병원에 계약 예정이었던 수련의들 마저 대부분 임용을 포기한 상태다.

실제 7일 기준 지역 병원 수련의 계약예정자 153명 중 151명이 계약을 포기하는 등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선 병원 현장의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 현장의 비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8일 입장문을 내고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대폭 허용한 정부 지침을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발생한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비상대책이라고 하지만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의사 업무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무제한으로 허용해 환자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지침으로 의사들의 업무가 간호사에게 전가될 뿐, 오히려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거라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발표하고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총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에 대한 업무 범위를 설정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침에서 의료기관장이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허용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정부 차원의 통일적인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야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의료현장의 진료 공백은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땜질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정부와 의사단체가 진료 정상화를 결단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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