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가정 사정 접한 박익순 교장 팔 걷어
장학회, 펜션 운영자 등 모여 기금 마련 나서

양육발전기금 조성에 동참한 장승배기 펜션 류의열 대표(오른쪽)가 최근 성남초등학교 박익순 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초 제공.
양육발전기금 조성에 동참한 장승배기 펜션 류의열 대표(오른쪽)가 최근 성남초등학교 박익순 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초 제공.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 성남면의 작은 학교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형편이 어려운 미혼모 가정 지원에 힘을 모으기로 해 연초부터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2일 성남초등학교에 따르면 학교 측은 재학 중인 A 군 어머니가 최근 넷째를 낳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상적인 양육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혼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A 군은 올해 유치원에 다닐 예정인 동생과 3살 동생하고 함께 살고 있었다.

A 군 가정은 기초생활수급 가구로 지정돼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유일한 생계 자금이다. 비록 A 군 어머니가 20대 후반으로 비교적 젊지만 갓 태어난 막내까지 혼자 아이 넷을 키우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때문에 A 군을 비롯한 동생들은 한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등 또래들보다 학업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박익순 교장은 최근 A 군 가정을 방문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막내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아이 분유와 기저귀 등의 용품 구입에 필요한 생활비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에 박 교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시작한 양육발전기금 조성에는 1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주민들은 ‘성남초를 다니는 학생은 마을이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기금 조성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지원금 기탁자는 박 교장 외에도 장학회, 인근 농원, 뷔페집, 펜션 운영자 등이다. 여기에는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며 어렵게 사는 부부도 포함됐다. 자신들이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는 돈의 일부를 기탁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까지 조성된 기금은 360만 원으로, 매달 30만 원가량이 지원될 예정이다. 또 박 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접한 교육지원청을 비롯한 교육계에서도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육 지원금을 기탁한 펜션의 류의열 대표는 “어려운 가정을 도움으로 해서 마을이 함께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양육지원금은 한 해로 끝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마을기업의 오주현 대표도 “아이가 첫돌이 될 때까지 돈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후에도 상황이 어렵다면 추후 지원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익순 교장은 “출산율이 낮아져서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시점에 넷째를 낳은 교육가족이 있어 알아보던 중 양육비 지원을 추진하게 됐다”며 함께 아이들을 키우겠다는 뜻으로 동참해 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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