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 예결위, 18일 상임위 예비심사보고 없이 정회 뒤 ‘산회’

-민주당 긴급 기자회견 “국힘, 상임위 심사 무력화…‘원안’ 가결 작전” 반발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의원들이 18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회 후 시청 브리핑실을 찾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의원들이 18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회 후 시청 브리핑실을 찾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범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2조 4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천안시 본예산안을 처리하는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보고조차 받지 않고 산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장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상임위 심사를 무력화시킨 뒤 시의 ‘원안’대로 가결시키려는 국민의힘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안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18일 오전 11시 제264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회의를 열고 ‘2024년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과 ‘2024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회의는 이지원(국민의힘·바선거구) 의회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의 예비심사결과 보고 후 이상하게 흘러갔다.

앞서 의회운영위에서는 ‘민방위복 구입비’ 330만 원과 ‘천안시민과 함께하는 천안시의회 대토론회’ 예산 2000만 원을 삭감했다. 삭감 사유는 예산절감과 사업재검토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유수희(국민의힘·비례대표) 예결위원장은 민방위복 구입과 관련한 충남도 공문의 해석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의견 조정을 위한 정회를 선포했다. 이때가 11시 11분이었다. 회의를 시작한 지 11분 만이다.

오후 3시에 잠시 회의가 속개됐으나 바로 의견 조정을 위한 정회에 들어갔다. 40여 분 뒤 다시 회의가 속개됐지만 유 위원장은 “상임위별 예산안 예비심사안에 대해서는 정회 시간 위원들 간의 협의에 이르지 못했기에 협의 미완료로 선포한다”면서 산회(散會·회의를 마치고 사람들이 흩어짐)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복지문화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심의한 소관 부서 예산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각 상임위에서 삭감한 천안시 관련 부서 사업 예산은 총 45건으로 24억 7000만 원 규모다.

시의회 회의규칙에 예결위 심사를 끝내지 못한 예산안은 본회의에 부의할 수 없다. 이 경우 의장은 예산안을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는데 그건 시장이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다. 현재 천안시의회 정당별 의석수는 국민의힘이 14석, 더불어민주당이 13석을 갖고 있다.

유 위원장의 산회 선포 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천안시청 브리핑실을 찾아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종담 부의장은 “의장이 의안을 전부 직권 상정해서 본회의에 회부시킬 요량으로 작전을 짠 것 같다”며 “역대 의회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꼼수를 부려 살리고 싶더라도 예결위라는 절차는 밟고 계수조정을 통해 본회의 표결을 하는 게 맞지 이렇게 무력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안시의회 제264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다. 전날인 20일까지 예결위를 열고 다시 예산안을 논의할 시간이 있다는 얘기다.

시장이 제출한 예산안이 파행 끝에 아무런 삭감 없이 원안 대로 가결되는 시의회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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