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최민호 세종시장
市, 국토균형발전 위해 태동… 설계 한창
세종의사당 규칙안 통과는 ‘시민의 공’
市 무대로 국회양원제 도입 필요성 강조
"개헌, 명분 있으면 절대 실패하지 않아"
세종시법 전부개정 위한 착실한 추진
"지방시대 위해선 행정수도 완성 필요"
정원도시‘5블룸 실버’ 등급 아쉽지만
‘골드’ 등급 향한 도전 있어 더 즐거워
경제자유구역 포함 ‘3특 정책’ 등 추진
큐에라 컴퓨팅과 양자산업 육성 협약도

▲ 최민호 세종시장
▲ 최민호 세종시장
▲ 최민호 세종시장 국회규칙 제정 촉구 1인 시위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에 대해 묻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였다. 최민호 세종시장과의 인터뷰가 그러했다. 세종시의 염원인 ‘국회 세종시대’가 열렸지만 시장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샴페인은 터트릴 기미도 없었다. 완결이 아닌 새로운 여정을 위한 출발점에 선 듯 비장해 보였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 규칙 통과’에 대한 소회를 묻자, 최 시장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며 "이제는 행정수도 개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헌은 단연 세종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길"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1960년대 나룻배에서 현재 항공모함이 됐지만, 국정운영시스템은 여전히 나룻배를 움직이는 뱃사공 형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정운영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길은 ‘국회 양원제 도입 위한 개헌’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최 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확정된 만큼 상원은 서울에, 하원은 세종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 양원제는 단원제 의회의 정쟁과 대립, 그리고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분명한 길"이라고 자신했다. 최 시장을 만나 ‘시장으로서 걷고 싶은 길’, ‘세종특별자치시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담=김일순 세종본부장

◆미래 대한민국에 대한 고민

미래 대한민국의 재편과 효율적인 측면에서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태동한 세종시의 ‘시장’이기에 가능다는 게 최민호 시장의 견해다.

최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줄곧 ‘미래전략수도’의 간판을 내걸고 내실 다지기에 힘써 왔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 켠엔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설계가 진행 중이었다.

이제 균형발전을 이룰 미래 대한민국이 세종시를 무대로 펼쳐지게 됐다. 국회 상임위원회 12개를 세종의사당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국회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 지난 10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최 시장은 "국회법 개정 이후 지난 2년간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규칙이 여야 간 정쟁으로 지연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도 느꼈다"며 "국회 앞 1인 시위와 여야 정치권에 친서, 접견을 통해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 하루라도 빨리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 힘을 모아준 39만 세종시민 모두의 공"이라며 그 영광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최 시장은 국회 양원제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 수는 300명으로, 151명이 힘을 모으면 역량과 관계없이 판을 뒤집는 게 현재 국회의 구조"라며 "국회는 상원과 하원 2개여야 한다. 행정수도 길을 걷는 세종시를 무대로 국회 양원제의 시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외교·국방·경제의 큰 틀을 진두지휘하고, 국가의 내정은 세종시를 무대로 국무총리와 자치단체장이 공동 파트너십을 통해 펼쳐야 한다는 게 최 시장의 메시지다.

최 시장은 "저는 개헌을 세종시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큰 그림으로 바라본다"면서 "행정수도 세종이 국가의 내정을 펼치는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회 세종의사당 국회규칙 통과 환영 시민퍼포먼스
▲ 국회 세종의사당 국회규칙 통과 환영 시민퍼포먼스
▲ 국민공감 개헌 시민공청회
▲ 국민공감 개헌 시민공청회

◆개헌의 불씨를 다시 한번 지피다

인터뷰 시작부터 개헌에 대해 목소리를 너무 높였을까. 최 시장은 다과상자에 담긴 초콜릿 하나를 물었다. 달콤함이 녹아드는 시간이었지만 긴장감은 여전했다.

"개헌을 향한 길은 험로일 텐데?"라는 기자의 물음에 최 시장은 "가야 할 길은 반드시 간다"며 "실패하면 어떤가. 명분이 좋으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면서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는 "행정수도 개헌을 위해서는 행정수도 세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한 상황에서 추진동력을 어떻게 확보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먼저 행정수도 개헌에 대한 포럼·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과 이슈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시장은 세종시 차원에서라도 먼저 ‘행정수도 개헌을 위한 추진기구 구성’을 이행할 계획이다. 개헌 추진과 더불어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되는 ‘세종시법 전부개정’을 착실히 추진해 나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행정수도 완성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오던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대안으로, 행정수도 개헌은 전국 어디서나 고루 잘 사는 지방시대 실현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면서 "최근 대통령 제2집무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확정 등 행정수도로서 세종의 실체와 지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 현행 헌법에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기 위해선 정치권과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최 시장은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길에 지역사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가 세종시의 손을 잡아주길 당부했다.

최 시장은 "출범 당시 수도권 인구 50만 분산을 목표로 하였으나 출범 후 10년간 세종으로 이주한 수도권 인구는 6만 2000명에 불과하다"면서 "세종시 건설로 인한 균형발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지위를 넘어 행정수도로 거듭나야 할 것이며, 여기에 여야와 중앙·지방정부, 정치권의 역할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정원도시 상호협력 업무 협약식
▲ 정원도시 상호협력 업무 협약식
▲ 양자산업수도 조성 업무협약 체결식
▲ 양자산업수도 조성 업무협약 체결식

◆정원도시 통한 자족기능 확충

행정수도의 길을 걷는 과정에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자족기능’ 확충은 필수. 최 시장은 ‘정원도시 완성’을 통해 세종시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계획을 담고 있다.

최 시장은 정원도시 인증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면서 "정원박람회를 관할하는 기구인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와 국제정원도시 인증·평가기관 커뮤니티즈인블룸(Communities In Bloom. CIB)가 있다. 정원도시의 품격을 인정받는 것은 CIB"라며 "최근 세종시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정원도시 시상식에서 ‘5블룸 실버(5 Bloom Silver)’ 등급을 받았다. 아쉬움도 있지만, 다음 ‘골드’를 향한 도전이 있어 오히려 즐겁다"고 전했다.

그는 "정원도시 초기는 인프라 구축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점점 아름다워지는 세종의 정원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행정수도 세종을 향한 도전과 함께, 세종 정원도시 완성을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겠다는 게 최 시장의 야심 찬 계획이다.

최 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을 넘어 향후 10년, 50년 후 시민의 먹거리가 넘쳐나는 미래전략수도를 만들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지역의 자족기능을 확충하고 미래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구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는 다양하다. 세종시는 경제자유구역 설치 및 교육자유특구 지정, 기회발전 특구 지정 등 ‘3특 정책’을 비롯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한글문화단지 조성 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제정원도시박람회 및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를 통해 대외적 상징성을 확보해 행정수도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의 대중교통 무료화, 세종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중입자가속기 암치료센터 유치 등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게임체인저 ‘양자산업’을 주목하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기자는 ‘양자산업’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최 시장은 넥타이를 다시 고쳐 맸다.

양자산업은 컴퓨터, 통신, 센서 등에 적용돼 미래산업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꼽히지만, 아직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다. 최 시장은 지난 3월 미국 방문 과정에서 양자컴퓨팅 연구분야 최고 권위자인 미하일 루킨 하버드대 교수를 만난 후일담을 털어놨다.

최 시장은 루킨 교수에게 전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면서 "2차 세계대전의 게임체인저는 원자폭탄으로 그 제조 원리 또한 양자기술이었다"며 "양자컴퓨터의 위력은 원자폭탄보다 더욱 강하다. 성능은 현시대의 컴퓨터에 비해 수만 배 빠르고, 해킹 능력의 우수성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중국과 양자컴퓨터 개발에 대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우수한 두뇌를 활용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하버드대학교의 양자 관련 기술진과 MIT 교수가 함께 참여하는 양자도시(퀀텀시티)를 세종시에서 만들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양자컴퓨터를 가르쳐 달라고 루킨 교수에게 전했다"고 소개했다.

최 시장의 요구에 루킨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 그 결과로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제24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세종시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세계적 양자컴퓨팅 기업 큐에라 컴퓨팅(QuEra Computing Inc)과 양자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 시장은 "2030년을 양자도시(퀀텀시티) 육성 원년으로 삼아 양자시대를 선도하는 세계 속의 퀀텀시티 세종 실현에 힘을 쏟겠다"면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세종시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시장은 마지막으로 세종시민들에게 "시정4기 세종시는 행정수도를 넘어서 자족기능을 갖춘 미래전략수도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하자고 하는 일은 다 할 것이다. 망설이지 않고 이제까지 안가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대중교통체계 혁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도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장시간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최 시장의 표정은 못다한 이야기가 가득해 보였다. 세종특별자치시가 걸어갈 특별한 나날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리=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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