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행간다 집 나섰는데
"버스기사가 탈출하라고 했다"
친구와 통화가 마지막 대화로
긴박했던 상황 곳곳서 전해져
역주행 차량에 급하게 차돌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 ‘처참’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친구들과 여수로 여행을 간다고 집을 나섰는데…"
16일 오전 8시경 대형참사가 발생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현장에서 A(49) 씨는 임시상황본부의 재난상황판을 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A 씨는 임시상황본부에 있는 소방관에게 이날 오전 7시경 인양된 5명의 시민에 대한 개인신상이나 인상착의를 물었고 아직 파악된 것이 없다는 답변만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
A 씨는 "어제 지하차도 침수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바로 달려와 밤 새 조카(24·여)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학 졸업 뒤 사회초년생인 조카가 친구들과 함께 여수로 여행을 간다고 친구 1명과 함께 오송역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조카가 역에 오지 않으니 먼저 도착한 친구가 전화를 걸었는데 ‘물이 차 오른다는 이야기와 버스기사가 창문을 깨고 다 나가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 마지막 대화"라며 "(나에게)누나인 조카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침수 이야기를 듣고 실신 등을 해 외삼촌이 나와 있다" 말하며 애써 감정을 눌렀다.
A 씨는 "여자애들이라 힘도 없을 텐데"라는 말을 연신 되풀이하며 지하차도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오전 9시가 넘어서자 현장에서 인양 소식이 들려왔다. 기다리던 가족들은 그 소식을 듣고 차에서 다시 나온 뒤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즉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계속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지하차도 침수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 수 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 B(67) 씨는 "전날 오송역으로 간다는 손님을 태워지만 새벽 5시 40~50분에 충청대 인근 삼거리가 통제돼 차를 돌려 청주역 방향으로 해서 궁평2지하차도를 이용해 모셔다 드렸다"며 "오창에서 오송역으로 간다는 손님을 태워 오전 9시가 조금 안돼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했는데 역주행을 하는 차량들 때문에 깜짝 놀라고 바로 차를 돌려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나가면서 침수가 될 것이라는 조짐도 보이지 않았고 순식간에 일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인력 399명과 대용량포 방사시시스템 등 장비 65대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앞서 15일 오전 8시 40분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 인근 미호강의 물이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잠겼다. 이 사고로 16일 오후 4시 기준 9명이 숨졌다. 또 9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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