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회의록 확인 결과 신고 학생 과실 확인 4차례
잘못 인정 유도하거나 논점 흐리는 비전문적 질문도
학부모·신고학생 "말 끊고 다그쳐 공포·억압감 느껴"

일러스트=김윤주
그래픽=김윤주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 동구의 한 중학교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신고학생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담임교사의 설득과 권유로 보호자가 교육청에 학폭 신고를 한 건데 심의 과정에서 도리어 가해자 취급을 받고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것.

학부모는 피해학생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전혀 없었다며 위원들의 자질과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은 관할지역서 발생한 학폭위에 신고학생과 보호자를 소집했다.

신고학생 A(14) 군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동급생 B 군에게 수년 간 언어폭력, 금품갈취, 목조르기 등 신체폭행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폭위 심의과정서 빚어졌다.

학폭위 위원들이 신고학생인 A 군에게 2차 가해와 가스라이팅을 가했다는 의혹이 발생한 것.

A군과 학부모 황(여·45) 씨는 “오랜 고민 끝에 신고를 했는데 마치 가해자로 앉아있는 기분이었다”며 “말을 끊고 다그치며 쏘아 붙이는 등 잊지 못할 공포와 억압감을 느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충청투데이가 입수한 당시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신고학생의 과실을 확인하는 질문이 4차례 반복됐고, 신고학생에게 잘못을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질문도 존재했다.

황 씨는 “B 군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 일명 ‘패드립’을 해 아이도 참지 못하고 ‘너네 집 흙수저 잖아’라는 말을 딱 한번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왜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앞뒤 상황이나 인과관계는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단일사건을 원인으로 몰며 오히려 용기 내 신고한 피해 아이에게 추궁하듯 묻고, 과실을 인정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중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거나 본질을 흐리는 질문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A 군이 떨어뜨린 핸드폰을 B 군이 발로 차 액정이 깨진 사실을 놓고서도 “떨어뜨렸을 때 액정이 깨진거냐, 아니면 B 군이 발로 차서 깨진거냐”라는 등의 불필요한 질문도 오고 갔다.

행위 자체에 대한 판단이 아닌 물품이 파손된 이유에만 초점을 둔 것.

금품 갈취를 확인 하는 과정에서도 뺏긴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에만 몰두하며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마치 탐문 수사하듯 아이를 내몰았다는 게 학부모의 주장이다.

회의록에는 간사 자격으로 참석한 장학사가 A 군에게 “뺏긴 돈이 얼마나 되냐”, “한번 뺏어 갈 때 얼마나 뺏어 갔냐”, “전체 금액은 얼마냐” 등을 수차례 되물은 것이 확인됐다.

학부모는 “교육적 선도와 보호가 학폭위의 목적이라면서 남의 물건을 발로 차거나 돈을 훔치는 행위가 아닌 파손 원인과 피해 금액 등에만 집착하는 것을 보며 이 기구의 전문성이나 자질에 의심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학폭위는 추궁, 심문의 자리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로하고 중재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가뜩이나 상처받기 쉬운 학생을 상대로 하는 곳에서 인권 감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대전에서 학폭 심의를 받는 많은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끝까지 개선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양측 학생의 진술이 엇갈려 이를 확인하는 차원이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학생에게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향후 학폭심의위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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