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캠퍼스엔 ‘낭만’만 있지 않다.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옆에 있어도 괴로운데 위에 있으면 더하다. 그러니까 그 이상한 사람이 ‘선배’라면 정말 정말 괴롭단 이야기다. 청춘의 ‘서사’를 적기 전에 ‘서열’을 먼저 배웠다. 군대가 아닌 학교에 ‘군기’가 존재했다. 하라면 해야 했고 멈추라면 멈춰야 했다. 존중을 받기는 커녕 시중을 들었다. 우리 학과는 그저 꼰대 선배에게 욕을 들으면 끝났지만 특정 학과는 더했다. 특히 예체능 관련 학과의 군기는 군대보다 심했다.

☞체육학과의 친구는 어딜 가나 눈알을 굴리기 바빴다. 그 안구 운동은 길·학교·밥집·술집 등에서 계속됐다. 오죽했으면 난 그에게 ‘눈알’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처음엔 그 이상 행동에 대한 의미를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니 알 수 있었다. 바로 그 학과의 선배를 길에서 마주쳤을 때다. 그 친구는 선배를 마주하자마자 백팩을 집어던졌다. 그러고는 90도로 인사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쳤다. 옆에 있는 나까지 창피해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과한 행동으로 그 과의 과격한 군기를 알게 됐다. 그의 눈알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그 학과의 선배를 찾는 것이었다. 그는 선배를 대하는 지침이 있다며 보여주기까지 했다. 거기엔 복장·인사 등등에 대한 규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학과에서 후배들의 집합은 일상이었다.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대학을 온 건지 군대를 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친구는 "덕분에 군대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라며 웃었지만 난 웃을 수 없었다.

☞과거의 악습이라 여겼다. "그런 끔찍한 시절도 있었다"라며 안주로 씹을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2023년, 현재 어딘가에선 그런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 93학번도 아니고, 03학번도 아니고, 13학번도 아닌 23학번들이 당하고 있다. 어느 한 익명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 난 눈을 의심했다. 그 내용은 대전의 한 대학 음악학과 새내기가 올린 글이었다. 거기엔 특정 학번 선배들의 괴롭힘이 적혀 있었다. 그 글에 따르면 그 선배들은 후배들의 엘리베이터 탑승을 금지시키고 옷차림을 정해줬다. 또한 수업태도를 지적하거나 노래 검사까지 하고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거나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후배들을 집합시키면서 전자기기를 소지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녹음이 두려웠던 것이다. 자기들도 떳떳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그랬던 것이다.

☞나이를 먹고 그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학생이면 성인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로 인해 중학교·고등학교의 폭력 문제도 화두가 되는 이 시점에 대학의 어두운 부분까지 드러난 셈이다. 대학생이나 되면서 어떻게 그렇게 유치할 수 있는지 기가 찬다. 새내기가 쓴 글 중 "부모님이 이러려고 키워주신 게 아닌데 자괴감 든다"라는 문장이 자꾸만 맴돈다. 겨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학교에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갑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게 빙산의 일각이란 것이다. 다른 대학교에서도 갑질에 관련된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또한 졸업생들의 증언마저 가세하고 있다. 문제의 음악학과 졸업생들은 "터질 게 터졌다"라며 증언을 하고 있다. 졸업 후에도 선배들과 같은 음악계에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그들을 침묵시켰다. 미래가 두려워 문제를 삼기보다 삼키는 것을 택한 것이다.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연진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이런 폐단은 뿌리 뽑아야 한다. 대학에 갑질까지 배우러 온 것은 아니다.

김윤주 뉴스플랫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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