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타이어 화재속 '정상등교' 새여울초 가보니
학교 미흡한 대처 놓고 학부모 불만
“분진·유해가스로 아이들 건강 염려”
맞벌이 부모 등 현장체험학습 신청도

13일 아침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위치한 대전새여울초, 학생들이 정상 등교하는 모습. 학교 뒷편 가득한 매연이 '건강'을 강조한 현수막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최윤서 기자
13일 아침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위치한 대전새여울초, 학생들이 정상 등교하는 모습. 학교 뒷편 가득한 매연이 '건강'을 강조한 현수막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학교 운동장은 시커먼 연기와 분진이 휘날리며 암흑천지가 따로 없었고, 아이들은 넣어뒀던 마스크를 도로 꺼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발생한 13일, 사고현장으로부터 약 800m 떨어진 대전새여울초등학교의 등굣길은 검은 연기로 자욱했다. 재량휴업을 실시한 다른 인근 학교와 달리 등교시간만 20분가량 조정한 대전새여울초는 학부모 민원이 빗발쳤다.

이날 등굣길 현장을 직접 가보니 하늘은 인근 화재 현장에서 번진 까만 연기로 가득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잿가루와 분진이 운동장과 학교건물을 뒤덮고 있었다. 탄내는 물론 유독가스로 추정되는 냄새 또한 진동하며 제대로 호흡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비상상황임을 인지한 학부모 대부분 아이들을 정문 앞까지 직접 데려다 줬고, 학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교에 임했다.

13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 대전새여울초 등교모습. 오전 9시경 일부 학생들이 다시 하교하고 있다. 사진=최윤서 기자
13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 대전새여울초 등교모습. 오전 9시경 일부 학생들이 다시 하교하고 있다. 사진=최윤서 기자

일부 학생들은 등교 후 15분도 안 돼서 다시 하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만난 새여울초 1학년 학부모 A 씨는 "학교 바로 뒷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상등교를 시키다니 학교 대처가 미흡한 것 같다"며 "정확히 어떤 물질이 연소됐는지도 모르고 학교 주변이 분진과 유해가스로 가득해 아이들 건강이 매우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근처 엑슬루타워에 살고 있는데 어른인 나도 함께 학교까지 걸어오면서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아이들은 지표면에 낮게 깔린 유해가스로 더욱 위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이날 새여울초 전교생 1100여명 중 절반가량인 600여명이 급하게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며 출석하지 않았다.

화재현장과 약 500m 불과한 곳에 위치한 신탄진초와 목상초도 정상 등교가 이뤄지며 학부모들은 불만을 성토했다.

이날 인근에 거주하는 B 씨는 "등교 전 집에서 혹시 몰라 아이 콧속에 면봉을 넣어보니 새까만 재가 묻어나왔다"며 "집 안에서도 이런데 정상등교라니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갑작스러운 화재사고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 급하게 직장에 연차휴일을 신청해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학부모도 많았다.

박종각 새여울초 교장은 "당일 아침 갑작스러운 휴업 통보는 오히려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 같아 일단 정상등교를 결정하게 됐다"며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걱정하고 계신데 야외활동을 금지하고 실내 공기질 정화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 인근에 거주 중인 학부모 제보사진. 실내까지 밀려든 분진으로 아파트 내부에서도 자녀의 콧속에 까만 잿가루가 묻어나왔다. 사진=독자제보
화재 현장 인근에 거주 중인 학부모 제보사진. 실내까지 밀려든 분진으로 아파트 내부에서도 자녀의 콧속에 까만 잿가루가 묻어나왔다. 사진=독자제보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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