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
매캐한 연기에 고통 호소
뜬눈으로 긴 밤 지새우기도
임시대피소 마련에도 불안
주변 상권은 속속 임시휴업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인근 상권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인근 상권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어젯밤 창문으로 불이 난 것을 목격한 이후 불안해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지금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매연 때문에 목이 따가워 고통스러울 지경입니다"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 고상복(50) 씨는 눈앞에서 벌어진 불 난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젯밤 10시경 밖에 불이 났다는 딸아이의 외침에 베란다로 나가보니 공장 쪽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소방 인력이 계속해서 투입됐지만 불이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커지기만 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고 지난밤을 회상했다. 이어 "재난 문자를 받고 곧바로 창문을 닫았지만, 집안까지 연기가 들어와 가족들 모두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며 "아내와 딸은 아침이 밝자마자 처가로 보냈고 상황이 잠잠해지면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인근 상권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인근 상권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간밤에 집 근처 공장이 화마에 휩싸인 광경을 목격한 주민들은 두려움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집안을 가득 메운 연기 탓에 숨을 쉬기조차 어려워 타 지역에 사는 지인·가족들에게 하루만 신세를 져도 되겠냐는 연락을 돌렸다. 화재 발생 약 10시간 만인 13일 오전 8시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약 1㎞ 떨어진 대덕문화체육관에 피해 주민을 위한 임시대피소가 설치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안내 문자를 받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

대피소를 찾은 강길순(62) 씨는 "처음에는 곧 잠잠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집안에서 버텼는데 매연 냄새를 3시간 정도 맡자 목이 아프고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났다"며 "지금은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며 쉬고 있지만 언제 다시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돌아가더라도 집에 매연냄새가 남아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불이 난 시간은 어젯밤 10시경이지만, 대피소가 마련된 건 이튿날 오전 8시경이다. 주민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길과 자욱한 연기를 피해 10시간 가까이 방황해야만 했다. 강 씨는 "독한 매연 냄새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오늘 새벽 1시부터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며 "밖으로 나왔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차를 끌고 옆 동네를 배회하다가 차 안에서 쪽잠을 잤다"고 힘겨웠던 지난밤의 기억을 더듬었다.

시민들이 대피소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을 무렵 화재현장 주변 카페·식당에는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목상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35)씨는 "오늘 화재 소식을 듣고 포장 판매로 운영하려고 했지만, 막상 가게 문을 열고 보니 공장에서 불어오는 매연과 분진이 매우 심각해 결국 임시 휴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 주변에 포장만 가능하거나 문을 닫은 영업장이 많을 텐데 이에 대한 매출 감소 피해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의 여파로 인근 아파트 내부까지 연기가 들어와 공기청정기가 '공기 나쁨' 최고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독자 제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의 여파로 인근 아파트 내부까지 연기가 들어와 공기청정기가 '공기 나쁨' 최고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독자 제보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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