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最高)는 불안하다. 경쟁자들 특히 바짝 따라오는 라이벌의 추격이 버겁고 지금의 위상도 언제까지 지킬지 알 수 없다. 경쟁과 각축이 수준을 향상시키고 활력과 긴장을 불어넣는다지만 거기에는 소모전이 심화되면서 결국 제로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이런 경우 가장 많이 인용, 회자되는 사례로 꼽힐만하다. 황량한 사막에 오일달러를 들어부어 상전벽해, 신천지를 조성하여 세계최대, 최고 같은 진부하지만 눈길을 끄는 수식어로 미증유의 기록, 한계를 뛰어넘은 찬탄할만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두바이 버즈 알 아랍호텔...
배달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가정으로의 배달문화가 점차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문을 우편으로 보급하고 있고 음식배달도 반경 몇 ㎞ 이내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 소수 특정품목 그리고 일정액 이상 구매시에만 가능한 까닭에 이런 예측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문은 구독시 갖가지 서비스 물품을 앞세우며 매일 아침 배달된다. 치킨, 족발, 보쌈, 피자, 중국음식, 돈까스, 찜닭, 야식 등 온갖 음식이 전화 한 통으로 달려온다. 배달의 진화는 특히 배달음식 주방 조리장면을 실시간 영상으...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설정 특강을 다녀왔다. 시험이 끝난 뒤라 산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경청하였다. 수능을 잘 치른 사람은 잘 본대로, 생각보다 못나온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걱정이 많아보였다. 더구나 출제오류로 인한 중복정답 등으로 성적에 변동이 있을 터여서 그 또한 큰 스트레스로 불안하다고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질문을 받는데 어느 여학생이 이제부터 대학입학까지 석 달 남짓 무엇을 하고 지내면 좋을까라고 물어왔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또 다시 기나긴 취업경쟁, 진로선택...
꼭 50년 전인 1964년 12월 서울시 중학교 전기 입시에 출제되었던 문제오류와 거센 후폭풍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당시 엿을 만드는 원료를 묻는 문제의 공식정답은 '디아스타제'였지만 무즙(汁)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결국 소송으로 이어져 다음해 봄 30여명이 세칭 일류중학교에 추가 합격하였다. 일부 극성 부모들은 무즙으로 엿을 고아 솥단지를 들고 서울시 교육감 집무실로 들이닥치기도 하였다. 이 사태가 "엿 먹어라"라는 표현이 조롱과 욕설로 쓰인 발단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4년 뒤 1969년 서...
전망이나 풍광이 좋은 명소나 이런저런 스토리텔링이 있는 관광지 등에는 대부분 사랑의 자물쇠라는 이름의 철망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통행이 빈번한 위치에 적지 않은 크기의 각양각색 철조망, 철망을 설치하고 온갖 종류의 열쇠를 걸어놓는다. 물론 나름의 사연을 적은 쪽지와 함께. 10대, 20대 청춘들이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일종의 언약행위인데 이제는 자물쇠가 너무 많아 미관은 물론 안전을 위협하는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몇 개 달리지 않았을 때는 밋밋한 외관을 장식하는 조형물의 기능도 있겠지만 일정 수량을 넘으면...
오랜 세월 유럽에서는 적갈(赤葛)색 머리가 악마와 연관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지옥의 불길 색깔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중세 종교재판 시기에는 많은 여성들이 단지 적갈색 머리칼이라는 이유로 산 채로 장작더미 위에서 화형당하기도 했다. 이런 무지와 오해는 지속되어 19세기에 이르러 많은 작가, 화가들이 적갈색 머리의 여인들을 불행하고 척박한 삶으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파리 환락가 여인들을 주로 그렸던 불세출의 화가 툴루즈-로트렉는 19세기말 풍요했던 황금시대 프랑스의 어둡고 그늘진...
사회 전 직종에서 남녀 구분이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군대에서도 그러한데 육군의 보병, 포병은 물론 공군이나 해군에서도 여군의 진출은 괄목할만하다. 과거 간호장교나 일부 행정, 지원 부서에 국한되었던 여군의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종전 체력과 뚝심에 의존하던 무기체계에서 첨단과학기술 운용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가속화되었을 것이다. 지난 여름 주한 미 해군사령관에 리사 프란케티 제독(提督)이 부임했다. 해군, 육군, 공군을 망라하여 주한 미군의 여성 사령관 부임은 처음이라고 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ROT...
얼마 전 정부에서는 문신(文身)을 의료행위 범주에서 제외하거나 의료면허 없는 사람도 시술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데 이 조치가 몰고 올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허용이 이루어지면 이를 계기로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각종 위해요소를 줄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젊은이들의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문신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럽에서도 문신은 타투(tatoo)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1980년대 말부터 한동안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문신을 한 사람의 90%가 18세에서 45세 사이이고 대부분 ...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은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품질경영으로 국민소득 1만불, 기술경영으로 2만불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3만불 시대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고 머뭇거린다. 그러는 사이 그동안 누적되었던 숱한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사회갈등은 곳곳에서 분출된다. 경제성장에 만족한...
인구 800여만 오스트리아는 수도 비엔나를 비롯하여 잘츠부르크, 인스부르크 등 주요 도시 모두가 제각기 독특한 인지도로 이름 높다. 이즈음 도시 경쟁력은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이 많이 몰려와서 그 고장의 홍보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측면에 치중하는 만큼...
전북 남원시는 춘향전의 무대로 지금까지 관련 콘텐츠를 독점해왔다. 여러 문화상품과 테마파크를 개발하고 관광수입도 적지 않다. 여기에 경북 봉화군이 동참을 선언했다. 학계의 고증을 거쳐 이몽룡의 모델이라는 실존인물 계서 성이성(1595~1664)을 활용한 인문 문화 마케...
.....// 어린 병사 하나가 입을 벌린 채 맨 머리로/ 서늘한 물냉이 더미 속에 목덜미를 담그고/ 잠들어 있다; 구름 아래, 풀밭에 사지를 뻗은 채./ 빛이 비 오듯 쏟아지는 초록 침대위에서 창백하게//.....// 향기도 그의 콧구멍을 간지르지 못한다./ 손을 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처럼 명함이 남발되는 곳도 드물어 보인다. 영업직에서 일하거나 선거에 출마한 후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이제 명함은 만남과 사교의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명함은 17세기 프랑스 루이14세 시대부터 사용한 것...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문제가 다음주 18일 국민투표를 통하여 판가름 나게 되었다. 인종과 문화가 상이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한 지붕 두 가족 공존이 마침내 끝나게 될까. 당초 상당히 벌어졌던 격차가 최근 분리독립 우세로 돌아선 추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계기로 영...
몬테네그로라는 나라를 아십니까. 발칸 반도 남서부 아드리아해에 면한 인구 65만, 면적 1.3만평방㎞의 작은 나라입니다. 본디 이름은 '츠르나고라'지만 이탈리아어 몬테네그로(검은 산이라는 뜻)가 공식국명입니다. 200년간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받아 구원(舊怨)도 ...
화장실 인심이 나날이 각박해져간다. 청결상태나 관리는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지만 접근성이나 이용 면에서는 폐쇄와 단절의 벽이 높다. 외국에서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기 쉽지 않으니 그럴 법도 하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속도로, 국도 휴게소 화장실은 여전...
▲ 정완영 선생 고령사회를 실감하는 여러 현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높은 연세 어르신들이 현역 못지않은 왕성한 기력으로 활동을 펼치며 오랜 삶의 경륜을 후진들에게 전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노령인구 급증에 따른 여러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사회구조의 편향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을 뿐 긍정적인 효과에는 눈길이 비껴간다.문단(
▲ 사진은 영화관 명량 상영시간표 십 여일 만에 10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 '명량'은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 영화사, 대중문화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개봉 첫날부터 파죽지세로 관람객 숫자를 갈아치우면서 이제 1300여만명으로 역대 최고관객기록을 세운 외국영화 '아바타'를 넘어서고 어디까지 올라갈지 주목된다. '명량'의 흥행으로 비슷한 시기
1980년대 초반 혜성처럼 나타난 10대 소녀스타 소피 마르소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어느덧 48세. 30세만 넘으면 급속히 체중이 증가하면서 주름살과 함께 모습이 바뀌는 여느 유럽 여성과는 달리 세월의 무게에서 한걸음 비껴난 ...
작년부터 저작권 보호기간이 작가의 생시를 포함하여 사후 50년에서 70년까지로 늘어났다. 한-미, 한-EU FTA 발효로 인한 변화인데 농수산물이나 자동차 같은 생활밀착형 제품이 아니라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문화계 특히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간단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