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5감(感)가운데 시각(視覺)으로 정보의 87%를 얻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리고 이 시각정보의 80~90%를 '색'(色)이 결정한다는 주장에 주목해본다. 색은 인간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좌우하는 영향력으로 일단 색을 통하여 부정적 이미지를 주면 이를 해소하는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 다른 분야의 세련, 품격향상과는 동떨어지게 온통 붉고 노랗고 파란 원색 간판을 내걸면서 주의를 끌려는 간판색채의 초보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시각 못지않게 후각, 냄새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시각이 정보인식과 판별...
상점이나 식당에 가면 저렴한 품목이 가장 많고 점차 고가로 가면서 일정한 구도를 이룬다. 대체로 피라미드 형태로 가격이 올라가는데 그 틀 안에서 약간의 변형과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가령 대중 중국음식점에서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등이 가장 많이 팔리고 탕수육, 팔보채, 양장피 등이 그 뒤를 잇고 해삼탕, 전가복 등 고가품의 주문은 그리 많지 않다. 불도장 같은 음식은 취급하는 곳도 많지 않고 사전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으니 전형적 소비구조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소비사회가 다양화하고 진화할수록 이런...
영화의 원리를 발명한 미국의 에디슨과 영화를 대중화시킨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 영화의 원조를 규정함에 있어 더러는 국가의 자부심을 걸고 팽팽하게 맞서기도 한다. 이보다 더 일찍 개발된 사진 분야에서는 발견, 발명, 지원과 보급역할이 모두 프랑스인이어서 논쟁은 덜하지만 니엡스, 다게르 그리고 아라고 같이 사진장르 개발에 기여한 사람들의 역할분담은 나름 의미 있다. 그 중 다게르의 공헌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데 19세기 전반기 사진대중화가 가져온 문화발전과 삶의 변화는 특히 다게르의 집요한 의욕과 탐구가 이룩한 결실로 보아도 무방할...
대전역을 경유하는 열차 객실 안에 고소한 빵 냄새가 퍼진다. 시장한 사람들에게는 유혹일 것이고 자극에 예민한 후각이라면 거부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역 구내 한켠 빵집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 그리고 빵 봉지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연출된다. 이곳이 그리 크지 않은 지역 제빵업체의 소규모 지점인 점을 감안할 때 독특한 브랜드문화 확산도 가능해 보인다. 이런 정경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60년이라는 연륜은 외식업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나름 상당한 연조겠지만 전주 풍년...
20대 총선이 꼭 75일 남았군요. 아직 선거구 획정도 되지 않은 상태지만 선거운동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현직 의원들은 다소 느긋한 반면 예비후보 등록자들은 상당히 바빠 보이는군요. 식자층으로부터 촌로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안목과 평가기준으로 유권자 모두가 정치평론가가 되어 소중한 한 표를 신중하게 행사할 때입니다. 정보매체의 발달로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후보자들의 언행이나 선거운동 행태는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는 면이 있습니다. 도지사, 시장이나 구청장을 뽑는 선거로 여겨질 만큼 선거공약의 ...
이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선생'이라 불릴만한 인사들을 찾기 어렵다. 진정한 어른, 스승의 존재는 생시에는 드러나지 않는다지만 안창호 선생, 김구 선생처럼 이름과 선생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혼연일체가 되어 시대의 사표로 우뚝 선 분들을 거의 볼 수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같은 분들이 세상을 떠난 후 각계각층 나름 경험과 식견을 쌓은 분들은 여전히 넘치건만 '선생'으로 부르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계, 관계, 경제계, 교육계 그리고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곳곳에 명망 있는 분들이 포진하고 있어도...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만큼 매스컴이나 기타 다양한 채널로 음식이나 식당을 연중 소개하고 관심을 모으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팍팍한 일상과 신명나지 않는 삶을 별미를 맛보면서 풀거나 음식소개를 접하며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과열을 넘어 임계점이 이른 듯하다.특히 TV를 비롯한 언론이나 SNS에 등장하는 이른바 맛집, 별미는 몇 년 전 '트루맛 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하여 그 허상과 먹...
# 1. 올해로 탄생 100년, 서거 20년이 되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 말 불거진 '숨겨놓은 딸' 해프닝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프랑스 사회 분위기와 인식을 보여주었다. 정치권이나 언론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던 차에 대중잡지 '파리 마치'가 파파라치 사진을 실으면서 새로 불을 붙이려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 특히 메이저 언론의 시각은 대단히 냉담하였다. 전통적으로 정치인, 유명인사의 사생활에는 비교적 관대한 프랑스 사회분위기로 충분히 가능한 대목이었다. 58세에 낳은 딸이 스무 살이 되어 이런저런 구...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부분 병신년(丙申年) 새 아침에 강은교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읽는다. 지난해 그리고 그 이전에 끊이지 않고 잇따랐던 갖가지 사건사고, 스캔들 그리고 참담한 재해와 사회병리현상의 여진이 새해 아침 상서로운 기운으로 씻겨 나가고 올 한해 평화와 행복의 기운이 충만하기를 기원해 본다. 강은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새해에는 '물'처럼, 모든 것이 물 흐르듯...
1980년대 초반 루브르 박물관에서 처음 본 모나리자 원화 앞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한 명작 앞에 서 있다는 감상적인 소회 말고도 우선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사진과 색상이나 느낌이 완연히 달랐다. 물론 그 시절 미비했던 원색분해, 인쇄기술이나 종이품질 등이 이런 변형, 왜곡에 한 몫 거들었겠지만 운집한 관람객 앞에 걸려있는 모나리자는 머리에 새겨진 이미지와 다른 그림이었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수백년간 모나리자가 쌓아온 걸작으로서의 위용은 명불허전, 결국 꽤 오랜 시간 발길을 잡아두게 하였다. 평면예술 차원에 머물...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한 달 남짓. 참사 당시 전 세계가 위로, 공분하며 응징을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사이 다른 이슈가 잇따라 어느 사이 잊혀져 가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나 특정 공간, 테러 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경계를 강화하고 다중이용시설 검색이 까다롭게 된 것 이외에는 파리에는 외견상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럽 최대 다문화국가 프랑스가 안고 있는 고민은 이번 테러를 고비로 증폭되고 있다. 프랑스 인구의 적어도 1/4은 부모, 조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
대전시 중구 뿌리공원로 47에 위치한 '뿌리공원' 안내 자료를 보면 1985년 인구조사에서 우리나라에는 275성(姓) 3349본관(本貫)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30년 전 통계이고 특히 그 이후 다문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귀화 외국인이 새로운 성씨를 만들어 시조가 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외국이름 첫 자를 따서 투씨, 캉씨, 폴씨, 슈씨 등 생소한 발음이 흔하다. 더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며 작은 마을이름도 본관으로 삼고 있으니 대전시 오정동에 사는 케르날레겐씨는 '오정 케씨'로 등록...
부채에 부딪쳐 금이 간 꽃병/ 마편초가 시들어 갑니다/ 살짝 스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그 미세한 금은/ 매일매일 수정 꽃병을 부식시킵니다 (..) 더러 사랑의 손길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듯/ 그것은 상처가 되고/ 그런 다음 그 마음은 스스로 금이 가서/ 사랑의 꽃이 시들어 버립니다 (..) - 쉴리 프뤼돔 '깨어진 꽃병' 부분 이제는 잊혀진 이름, 1901년 제1회 노벨문학상 수상자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의 대표시. 인간감성과 미묘한 애정심리를 금이 간 꽃병에 비유하여 노래하였다. 노벨문학상은 지금...
1988년 월북 작가 해금조치 이후 많은 문인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정지용, 백석, 이용악, 오장환 등 많은 작가들이 망각과 폄훼의 오랜 그늘을 벗어나 문학성과 예술적 위상을 평가받았다. 벽초 홍명희(1888-1968). 걸출한 항일 독립운동가였지만 가족을 동반한 월북 전력 그리고 북한에서 오래 고위직을 역임한 연유에서인지 여전히 몇 걸음 뒤에 머무는 느낌이다. 할아버지는 친일파, 아버지 일완 홍범식 선생은 금산 군수 재임 시 경술국치의 한을 삭이지 못하고 자결, 순국하였다. 아들 홍명희 선생 역시 줄기찬 항일 독립운동을...
7월 중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내리자마자 문자가 왔는데 우리 외교부 발신으로 내용은 이러했다. "프랑스 대테러 경보단계 최상급 유지 중, 신변안전에 각별한 주의 요망". 처음 며칠간은 짐짓 위축되어 거리를 다니거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움칫하며 사방을 둘러보곤 하였으나 별다른 기미 없이 파리의 일상은 여전했다. 경보 문자라지만 매일 현지시간 오전 11시경 어김없이 날아오니 긴장이 풀렸다. 한 달 열흘 동안 꼭 하루 거르고 어떤 날에는 2분 간격으로 두 번씩 오기도 하였다. 올 1월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강화된 보...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던 중앙시장이 도시 확산과 정비계획에 따라 남쪽 교외로 옮겨간 뒤 그 자리에는 대규모 상가가 들어섰다. 고색창연한 파리 시가지 외양과는 전혀 다르게 당시로서는 첨단개념의 지하 복합상가는 '포럼 데 알'이라는 이름으로 예전 도매시장 '레 알'의 명칭을 이어받았다. 지하철과 도시급행전철이 밀집한 파리 최대 환승역 겸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명소로서의 기능은 오래 지속되었다. 이제 그 '포럼 데 알' 지역에 또다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외형에 갖가지 기능이 복합되어 몇 년 ...
▲ 사진=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마임이 다른 공연예술과 구분되는 장점이나 특징은."상상력과 창의력에 바탕을 둔 기초예술로 심성과 인지능력, 균형감각의 확장이 두드러지는데 모방에서 창조에 이르기까지 몸의 언어로 소통되는 몸과 마음의 근원적 예술표현이다. 피에로와 팬터마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이외에도 훨씬 다양한 장르가 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란다."-마임을 잘 이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모든 편견과 고정관념을 떠나 스스로 보고 느끼는 오감의 중요성이다."-마임이 현대사회에서 왜 필요하며 어떤 미덕이 있는가."사유와 감정의 ...
나날이 삭막해지는 거리에 따뜻한 교감과 정서를 불어넣으면 좋겠다. 저마다 종종걸음으로 건조하게 스쳐 지나가는 보도와 지하통로 그리고 크고 작은 공간이 음악과 그림, 율동으로 채워진다면 팍팍한 심성이 부드러워지고 인간관계의 온기도 되살아나지 않을까. 유럽 여러 나라 거리와 지하철 구내에서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은 이런 면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다. 공연의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난립, 무질서, 통행방해 등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필요하다. 전문가 심사를 통한 일정 인원의 적절한 선발과 지정장소와 시간 부여 등 관리가 ...
레미 드 구르몽 시인께,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신지요. 올해는 시인께서 세상을 떠난 지 꼭 100년이 됩니다. 문인이나 예술가들의 탄생과 별세 100주년, 200주년이 되면 이런저런 행사며 기념사업 이벤트를 성대하게 치르는 프랑스 문화풍토인데 구르몽 시인의 경우 다소 조용한 듯합니다. 문학의 위상이 바뀌고 대중의 관심이 비껴간 까닭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선생의 대표작 ‘낙엽’은 자칫 고루한 서정토로, 시대에 뒤떨어진 감상주의의 발로로 여겨진 탓은 아닐지요. 시몬, 나뭇잎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
음식, 요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여전히 높다. 끝없는 불황의 터널 속 반작용일까, 먹고 즐기는 일상에 대한 현실향유 분위기가 이른바 '먹방'을 타고 가열된다. 음식을 먹기 전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찍는 인증사진을 외국인들은 '푸드 포르노'라고 부르면서 부정적으로 보지만 이런 유행은 어차피 대중문화 속 군중심리의 한 단계로 봐도 좋을 듯하다. 어린이들이 장래 희망직업으로 '셰프'를 꼽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TV에 출연하여 입담과 함께 펼치는 조리모습이 동경을 품게 하였을 텐데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급 33명 가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