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
?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처럼 명함이 남발되는 곳도 드물어 보인다. 영업직에서 일하거나 선거에 출마한 후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이제 명함은 만남과 사교의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명함은 17세기 프랑스 루이14세 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교계에서 귀부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트럼프 카드에 써서 왕에게 올린 것이 시초가 되었다는데 18세기 루이 15세에 이르러 지금 사용하는 명함과 같은 형식의 동판인쇄로 찍어내게 되었다.

명함은 자신의 얼굴에 다름 아니다. 자신을 최대한 잘 나타내고 돋보이려는 의지와 열망이 명함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름과 직함, 직장과 자택의 주소와 전화번호, 휴대전화와 팩스번호,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적어 넣는다. 현재 직책이 별로 없으면 과거 역임했던 직함까지 나열하는데 원로인사 한분은 명함 앞뒤로 자신의 경력을 전(前)자를 붙여 깨알활자로 빼곡하게 늘어놓았다. 나 이런 사람이니 알아서 대접해달라는 의미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서양에서 세 가지 종류의 명함을 만들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전통은 참고할 만하다. 초대용, 사교용 그리고 업무용으로 특히 업무용은 사교용 명함에 직장과 직위를 추가한 것으로 고딕체나 명조체를 쓰는데 사교용의 필기체 활자와는 대조된다. 이런 구분 없이 한 가지 명함 즉 업무용만을 사용하면서 초면에 아무에게나 명함을 내미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는 의아함을 넘어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겠다. 명함지갑<사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의외로 아직 휴대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름조차 밝히지도 않으면서 기계적으로 명함만을 주고받거나 앉은 채 명함을 건네는 실례도 적지 않다. 글로벌 시대, 글로벌 매너의 출발점을 명함 에티켓에서 찾아본다.<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 학장·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