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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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는 춘향전의 무대로 지금까지 관련 콘텐츠를 독점해왔다. 여러 문화상품과 테마파크를 개발하고 관광수입도 적지 않다.

여기에 경북 봉화군이 동참을 선언했다. 학계의 고증을 거쳐 이몽룡의 모델이라는 실존인물 계서 성이성(1595~1664)을 활용한 인문 문화 마케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계서 성이성은 청소년 시기에 부친 성안의가 남원부사로 재직했으며 1627년 문과에 급제, 암행어사를 비롯한 여러 관직을 역임하며 어진 정사를 펼쳐 청백리로 추앙받는 인물이라 한다.

남원을 중심으로 성춘향의 사랑과 정절을 현양하는 문화관광 사업을 펼치고 봉화에서 이몽룡 캐릭터를 앞세워 서로 윈-윈하기 바란다. 이 경우 선발주자를 배려하면서 큰 틀에서는 공조하되 각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겠다.

이런 스토리텔링 기반 문화마케팅은 세계 어디서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흡혈귀 드라큘라의 본거지라고 알려진 루마니아 브란 성(城)<사진>은 이곳의 내력과 일화에서 힌트를 얻은 영국작가 스토커가 1897년 발표한 소설 '드라큘라'가 회자되면서 덩달아 유명해진 곳이다.

뱀파이어가 사는 곳이라는 선입견으로 무언가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기대한 방문객들은 흡혈귀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평범하고 자그마한 성채에 대부분 실망하고 돌아간다.

15세기 이곳에 살던 왈라키아 공(公) 블라드 체페슈가 잔인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포로와 죄인들을 고문했다는 역사기록이 작가 스토커에게 흡혈귀 캐릭터 모델을 떠올리게 했을 따름인데 한 세기가 넘도록 드라큘라 지명도에 힘입어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드라큘라 없는 드라큘라성에서 이야기의 힘, 이미지의 위력 그리고 상상력의 부가가치를 다시 확인해본다.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 학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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