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전망이나 풍광이 좋은 명소나 이런저런 스토리텔링이 있는 관광지 등에는 대부분 사랑의 자물쇠라는 이름의 철망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통행이 빈번한 위치에 적지 않은 크기의 각양각색 철조망, 철망을 설치하고 온갖 종류의 자물쇠를 걸어놓는다. 물론 나름의 사연을 적은 쪽지와 함께. 10대, 20대 청춘들이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일종의 언약행위인데 이제는 자물쇠가 너무 많아 미관은 물론 안전을 위협하는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몇 개 달리지 않았을 때는 밋밋한 외관을 장식하는 조형물의 기능도 있겠지만 일정 수량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다리와 시민들의 통행을 저해하는 안전방해물로 바뀌어 버린다. 무거운 금속제 자물쇠 하중을 이기지 못해 어느 순간 철망이 떨어질 수도 있고 눈과 비, 안개, 이슬에 녹이 슬어 외관도 거슬린다. 그럼에도 일정한 개수 제한이나 별도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나날이 늘어가는 자물쇠 더미에 교량안전과 시민보행은 위협받는다.

감성문화 시대, 자유로운 감정표현과 특히 청춘남녀 사랑의 징표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공공안전, 도시미관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사후책임과 관리 등 여러 면에서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 군산시 월명공원 초입에 조성된 철망에 꽂힌 풋풋한 사연은 바람직한 대안으로 꼽힌다<사진>. 무거운 철제 자물쇠 대신에 일정 기간 경과하면 썩어서 소멸되는 가볍고 친환경적인 나무재질에 남녀의 사랑보다는 주로 학업성취와 가족 간의 화목을 염원하는 내용이 소박하게 달려있다. 애정표현에 더없이 대담해진 우리 젊은이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감성표출 행위에 공중질서 의식을 추가할 때가 된듯 싶다. 애틋한 사랑맹세가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 학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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