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꼭 50년 전인 1964년 12월 서울시 중학교 전기 입시에 출제되었던 문제오류와 거센 후폭풍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당시 엿을 만드는 원료를 묻는 문제의 공식정답은 '디아스타제'였지만 무즙(汁)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결국 소송으로 이어져 다음해 봄 30여명이 세칭 일류중학교에 추가 합격하였다. 일부 극성 부모들은 무즙으로 엿을 고아 솥단지를 들고 서울시 교육감 집무실로 들이닥치기도 하였다. 이 사태가 "엿 먹어라"라는 표현이 조롱과 욕설로 쓰인 발단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4년 뒤 1969년 서울부터 중학교 무시험, 1974년에는 고등학교로 확대되었지만 뜨거운 교육열풍은 고스란히 대학입학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으로 옮겨졌고 이즈음 거의 매년 출제오류 논란과 이의제기가 잇따라 급기야 '물 수능'이라는 비아냥에 이르렀다.

광복 이후 70년, 입시제도와 공교육에 대한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이나 쇄신 없는 땜질 교육정책 아래 수백 명의 출제, 검토위원과 지원인력을 한 달간 합숙시키면서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문제를 내도록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출제시비를 야기할 개연성이 크다. 급박한 출제일정, 극한의 스트레스 속에서 어찌 완벽하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3년 6개월간 동일한 업소에서 파스타 식대로 8억 2000여만원을 지출했다는 여당의원의 최근 의혹제기로 더욱 면구스럽게 되었다.

연중 문제를 출제, 검토하고 이를 분류하여 세밀한 난이도에 따라 컴퓨터로 선별해내는 작업도 고려할만한데 수십 년 된 재래식 출제방법을 고집하는 것은 딱하다. 그리고 지금의 3월 새 학기 시작을 9월로 바꾼다면 수능을 따뜻한 5월에 치르고 교육 패러다임, 학사일정도 합리적으로 개선될 텐데 교육당국은 여전히 소신 있게 오랜 전통에 충실한가보다.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 학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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