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광복 이후 70년, 입시제도와 공교육에 대한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이나 쇄신 없는 땜질 교육정책 아래 수백 명의 출제, 검토위원과 지원인력을 한 달간 합숙시키면서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문제를 내도록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출제시비를 야기할 개연성이 크다. 급박한 출제일정, 극한의 스트레스 속에서 어찌 완벽하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3년 6개월간 동일한 업소에서 파스타 식대로 8억 2000여만원을 지출했다는 여당의원의 최근 의혹제기로 더욱 면구스럽게 되었다.
연중 문제를 출제, 검토하고 이를 분류하여 세밀한 난이도에 따라 컴퓨터로 선별해내는 작업도 고려할만한데 수십 년 된 재래식 출제방법을 고집하는 것은 딱하다. 그리고 지금의 3월 새 학기 시작을 9월로 바꾼다면 수능을 따뜻한 5월에 치르고 교육 패러다임, 학사일정도 합리적으로 개선될 텐데 교육당국은 여전히 소신 있게 오랜 전통에 충실한가보다.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 학장·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