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더라면’을 가정해 현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선시대처럼 한자로 된 책으로 공부하고 한자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글을 종이에만 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훈민정음은 만든 사람과 반포일 그리고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고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이다. 그리고 배우고 쓰기에 아주 쉬운 글자이기도 하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까막눈으로 살아야만 했던 오랜 세월의 한을 훌훌 던져버리고 시를 쓰고 시
2000년대 대중문화 규제 중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적되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그동안 셧다운제는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제도의 당위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원래 셧다운제의 목적은 '청소년 게임중독
이런 용어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필자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철이 들기도 전에 이른 새벽부터 신문 배달과 빵을 팔았다.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칠 때쯤에는 도마동의 축구공 공장을 다니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힘든 생활을 반복했다. 태권도 사범 생활도 하고 관광호텔에서 종업원으로도 일했다. 가난에서 탈출하려면 공부가 필요했지만, 가난했기에 먼저 일을 해야 했다. 미래를 꿈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각박했다.공무원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고 미래를 꿈꾸게 됐다. 첫 발령지는 당시 선화
지난 5월, 세종시 각 학교에서 학생급식을 담당하는 10명의 영양교사가 모였다. 급식단가를 얼마로 해야 할지를 정하는 회의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식자재로 먹음직한 음식을 만들어 주려면 얼마나 단가를 올려야 할지를 가늠하는 회의였다.영양교사들이 예산제약 없이 식단을 짜서 계산해보았다. 영양교사들이 요구하는 급식단가 인상률은, 94%, 44%, 68%, 74% 등 대부분 60% 내외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먹음직한 식단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현재 2,000원에서 3,000원 수준인 급식단가를 가지고 영양
1960년대 강원도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순수한 로맨스를 담아낸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는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학예회를 준비하던 중에 불이 나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던 중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그러나 소방차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에는 소방차가 없는 소방대를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 당시에는 그랬었다. 당시 소방차는 소방서가 설치된 대도시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고 시골 마을에는 주민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에 완용(腕用)펌프만 있었기 때문이다. 완용펌프는 ‘팔 완’자를 사용하는데 팔의 힘으로 작동하는 수동식 펌프라는 의미이다. 소
"한국에서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지배력을 낮추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가결됐다(美 월스트리트저널)",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은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의 권리를 인정했다(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8월 31일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널리 알려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주요 외신과 글로벌 앱 개발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구글은 지난해 9월, 올해 1월부터 안드로이드 앱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앱의 콘텐츠 결제 시 자사 결제수단만 허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시스템으로만
19세기 독일 베를린의 미테 지역에는 양조장이 들어섰다. 냉전시대 이 양조장은 동독 군인들이 장벽을 감시하는 망루로 쓰이기도 했다. 관련 산업은 쇠락했고 양조장은 폐쇄됐다. 2011년 베를린 주 정부는 리모델링을 통해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예술가들에게 싼값에 공간을 제공하고 대출 혜택을 주면서 인재를 끌어모았다. 독일을 넘어 유럽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의 산실 ‘팩토리 베를린’은 그렇게 탄생했다.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캠퍼스’도 활력을 잃은 구도심을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살아 숨 쉬는 혁신
교육부는 내년도 교원정원을 가배정하면서 초등 300명, 중등 8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가 그동안 학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원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시작해서 매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내년 세종 신설유치원은 2개원이다. 내년에 세종시 내부에서 인구 이동 때문에 유치원 6학급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13학급 증설요인이 있다. 최소한 13명의 교사와 2명의 원감, 2명의 원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세종의 유치원 교원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되레 14명을 줄이겠다고 한다.초등학교 신설
지난봄에 출장 차 홍성 읍내를 지나던 길에 내 눈을 의심한 일이 있었다. 전북 임실군에 있는 오수의견과 비슷한 기념상이 차창 밖으로 얼핏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뭘 잘못 보았는가 싶을 정도였다. 술에 취해 들판에 누워 잠이 든 주인을 들불로부터 구하고 숨진 의로운 충견에 관한 이야기를 진화구주형(鎭火救主型) 의견설화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최근에도 불이 났지만 반려견이 짖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 목숨을 건졌다는 아찔했던 사연이 외국에서도 가끔씩 들려오는 뉴스거리다.필자는
지난달 23일 ‘제4차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사업계획’이 확정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는 계획으로, 대도시권 간선도로의 혼잡완화를 위한 개선사업 중 하나다. 여기에 대전시가 건의한 신규 도로사업 4건이 모두 반영됐다. 유성대로~화산교 도로개설 3.7㎞,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 7.7㎞, 비래동~와동 도로개설 5.3㎞, 산성동~대사동 도로개설 2.9㎞ 등 총길이 19.6㎞에 총 사업비 6390억원 규모다.또 지난 6월 말에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철도의 건설
“끝!” 양궁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 선수가 마지막 시위를 놓으며 외친 한마디였다. 날아간 화살은 과녁 한가운데 꽂혔다.대만을 누르고 올림픽 챔피언을 결정한 최고의 마무리이자 ‘신궁 코리아’의 위엄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알리는 순간이었다.앞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는 올림픽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한국은 매혹적이고 무자비한 양궁 왕조”라며 외신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이런저런 우려 속에 도쿄 올림픽이 개막됐다. 최근 양궁 대표의 연이은 낭보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했다.선수들은 가슴 졸이는 순간마다 대한민국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미래교육’입니다. 미래교육이라는 말과 더불어 많이 들리는 단어는 ‘에듀데크’입니다. 이제 에듀테크가 스마트교육을 대체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컴퓨터가 초중등학교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3년. 스티브잡스의 애플Ⅱ입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모니터로 사용하고, 하드디스크도 없었습니다. 그냥 BASIC 프로그램을 일일이 입력해서 작동시키는 수준이었습니다.컴퓨터가 교육기자재로 본격 활용된 것은 인터넷이 나온 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인터넷에 컴퓨터를 연결하고 난 후, 인터넷 예찬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