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교육부는 내년도 교원정원을 가배정하면서 초등 300명, 중등 8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가 그동안 학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원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시작해서 매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세종 신설유치원은 2개원이다. 내년에 세종시 내부에서 인구 이동 때문에 유치원 6학급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13학급 증설요인이 있다. 최소한 13명의 교사와 2명의 원감, 2명의 원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세종의 유치원 교원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되레 14명을 줄이겠다고 한다.

초등학교 신설학교도 1개교가 있다. 또 인구 유입으로 늘어나는 학급도 있다. 내년에 41개 학급이 늘어난다. 교육부에 60명을 신청했는데 16명만 배정됐다. 나머지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 신설 중학교도 1개교다. 고등학교도 내년 18학급이 늘어난다. 세종시로 전입하는 인구가 있으니 당연히 중고등학교 학급이 증설된다. 중학교는 학급당 1.6명, 고등학교는 학급당 1.9명이 배정된다. 이에 152명을 늘려달라 요청했지만 5명만 증원됐다. 이렇게 되면 기존 학교에 근무하던 선생님을 빼내 신설학교로 배치해야 한다.

교육부는 신설 학교의 정원은 배정하지 않겠다고 한다. 학교 신설은 규모를 포함해서 교육부에서 심사를 거쳐 진행된다. 학교가 새로 생기면 교사가 새로 배치되는 것을 뻔하게 알면서도 신설학교 교원 정원을 배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여러분은 이해되시는가?

코로나로 보건교사가 절실하다. 세종시 모든 학교에 1명씩 105명이 배치되어야 한다. 현재 81명은 정규교사이고 나머지는 모두 기간제교사다. 24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5명만 정원 배정을 했다. 나머지 19명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라는 말인데, 이 예산은 배정하지 않아서 결국 다른 교육예산에서 빼내 써야 한다.

최근 법이 개정되어서 큰 학교는 보건교사를 2명씩 채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명은커녕 1명도 정식 배치가 안되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 우울증이 심각하고, 학교폭력문제도 있어서 학교에는 상담교사가 절실하다. 지금 학교에 상담교사나 상담사가 배치된 학교는 62개교뿐이다. 나머지는 상담교사가 없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배정한 정원은 1명뿐이다. 학생들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에 사서교사도 절실하다. 그런데 교육부 배정 인원은 1명뿐이다. 교육부의 처사는 '필요하면 교육예산에서 빼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OECD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1명, 중학교 23명이다. (2020 OECD 교육지표) 반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23명, 중학교 27명이다. OECD는 38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데, 선진국의 모임이 아니다. 멕시코나 칠레, 콜롬비아, 리투아니아처럼 우리보다 훨씬 살림살이가 어려운 나라들도 많다. 그런 나라들이 섞여 있는 통계에서 평균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에는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서 2021년 올 하반기에만 1155개교에 모듈러를 설치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서 학급수를 늘린다고 했다. 한 학교에 2개 학급만 늘려도 늘어나는 학급수는 2000개 학급이 넘는다. 현재 학급당 30명이 넘는 학교는 1300개 학교이며 전체의 11.5%에 달한다.

교육통계연감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31명 이상 학급수가 초등학교는 4689학급, 중학교는 1만391학급, 일반고는 3978학급에 달한다. 이 기준을 28명으로 낮추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교육부는 24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28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정작 교원정원은 줄이고 있다. 앞뒤가 맞질 않는다.

게다가 학교가 늘고, 학생수가 늘어나고 있는 세종의 특성을 무시하고, 교원 정원을 배정하는 교육부를 이해하기 어렵다. 유엔무역개발회의(운크타드, UNCTAD)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된 대한민국의 학교에 상담교사가 없고, 기존 학교에서 교사를 빼내어 신설학교로 배치해야 하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는 교원 정원 배정에 대한 기재부, 행안부 그리고 교육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세종의 학부모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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