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끝!” 양궁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 선수가 마지막 시위를 놓으며 외친 한마디였다. 날아간 화살은 과녁 한가운데 꽂혔다.

대만을 누르고 올림픽 챔피언을 결정한 최고의 마무리이자 ‘신궁 코리아’의 위엄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앞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는 올림픽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매혹적이고 무자비한 양궁 왕조”라며 외신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저런 우려 속에 도쿄 올림픽이 개막됐다. 최근 양궁 대표의 연이은 낭보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은 가슴 졸이는 순간마다 대한민국 양궁이 왜 세계 최강인지 실력으로 입증했다.

잠깐씩 경기 장면을 보면서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저런 긴장된 순간에 어떻게 저토록 침착할 수 있을까? 저 짧은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양궁의 낭보가 전해지는 동안, 27일부터 대전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됐다.

지난주 대전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수도권의 확진자 급증, 여기에 백신 접종에 따른 긴장감 저하까지 더해져 확진자가 4단계 기준을 넘어섰다.

불편과 고통을 겪을 시민들을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뿐이지만,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공식 행사와 일정을 미루고, 이번 주 떠나려 했던 여름휴가도 취소했다. 대신 틈날 때마다 지역 공원이나 갑천변, 다중이용시설 등에 나가 합동특별점검을 벌이고 있다.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고 계신 시민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당장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뜨거워지곤 한다.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과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우리 시민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선수들은 시상대 높은 곳에 오르는 그 순간을 위해 모든 평범한 일상을 포기했을 것이다.

가장 긴장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의 화살을 과녁 한가운데 꽂을 수 있는 저력은 거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우리 시민들도 그토록 갈망하는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그 순간을 위해 지금의 불편과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백신 예약에 기꺼이 참여하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망설임 없이 접종에 임하는 것 또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게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의 발로라고 나는 믿는다.

양궁 대표팀 막내 김제덕 선수가 연신 외쳤던 파이팅 소리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국민에게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로 들렸다.

지금은 올림픽 출전 선수,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는 시민이 함께 파이팅을 외칠 시간이다.

그렇게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머지않아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이렇게 외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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