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2000년대 대중문화 규제 중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적되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셧다운제는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제도의 당위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원래 셧다운제의 목적은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과 '수면시간 확보'였다. '게임중독'이라는 역기능을 예방하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해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애초에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는 의학적으로 내성이나 금단증상 등이 규명되지 아니해 질병에 포함되는지 여부의 논란이 있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보고서 등에는 게임이용시간과 수면시간은 유의미한 상관성이 없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셧다운제의 입법영향분석’에 따르면 셧다운제 도입 직후에는 초·중학생의 게임 과몰입 및 과몰입 위험 비율이 감소했으나,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셧다운제 도입 전후로 유의미한 청소년 수면시간 증가 내지는 감소가 관찰되지 않아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수면행태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셧다운제는 본래의 목적조차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과잉규제정책이었던 셈이다. 즉 지난 10년간 셧다운제가 의도한 '청소년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학부모, 보호자의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만 더 요원해졌다.

정부가 뒤늦게 셧다운제 폐지를 발표했지만 아직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셧다운제가 규정된 관계 법률들의 개정과 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여러 여·야 의원들이 셧다운제 폐지를 위해 발의한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필자가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셧다운제를 직접 규정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관련 법률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법령 정비가 끝나면 청소년의 건전한 게임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및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셧다운제 폐지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예방을 자율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의의가 있는 만큼, 다양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가 게임을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학부모와 보호자가 함께 해야 의미가 있다. 애초에 셧다운제가 게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만큼, 앞으로 게임의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지난 2일 필자가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검토를 위한 여야 정책 토론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오늘날 게임은 단순 오락의 범주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디지털·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되고 메타버스가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게임은 청소년들이 소통하는 공간이자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불어 게임 규제를 통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더욱더 통용될 수 없는 논리가 돼가고 있다. 이제는 게임을 어떻게 활용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메타버스 시대, 게임 속에서 발견되고 길러지는 재능과 역량이 청소년의 진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학부모, 보호자, 그리고 교사의 더 많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게임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게임의 순기능 확산을 통한 청소년 보호정책이 제대로 수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 역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번 셧다운제 폐지뿐 아니라 다양한 법·제도 개선을 통해 게임이 부모와 자녀의 소통을 돕는 건전한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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