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미래교육’입니다. 미래교육이라는 말과 더불어 많이 들리는 단어는 ‘에듀데크’입니다. 이제 에듀테크가 스마트교육을 대체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컴퓨터가 초중등학교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3년. 스티브잡스의 애플Ⅱ입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모니터로 사용하고, 하드디스크도 없었습니다. 그냥 BASIC 프로그램을 일일이 입력해서 작동시키는 수준이었습니다.

컴퓨터가 교육기자재로 본격 활용된 것은 인터넷이 나온 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인터넷에 컴퓨터를 연결하고 난 후, 인터넷 예찬론은 엄청났습니다. 지식의 폭발이 일어날 것이며, 수업시간에도 전 세계의 지식을 탐색하면서 교육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보탐색대회가 학교별로 지역별로 열렸습니다.

인터넷 예찬론이 나왔던 2000년 초, 이제 교사는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안내하는 자’이며,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지식의 바다에서 지식을 습득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당시 가지고 있었던 ‘주입식 교육의 문제, 교육 불평등, 학력 격차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학생들의 문해력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책보다는 모니터를 먼저 접하고 오랜 시간 매달린 부작용입니다. 모니터의 영상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생각하는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긴 문장을 만들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며, 사용하고 이해하는 어휘의 숫자도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타인과도 대면하여 표현하고 교류하기보다는 단절된 상태에서 짧은 단어로 논리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몸에 익혔습니다. 교류하는 내용 역시 짧은 단어 몇 개와 기호입니다. 그중 대부분은 의미 없는 내용입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고, 학생별 능력에 맞는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찬했던 스마트교육. 그러나 그 희망을 현실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의 잘 짜여진 강의가 필요하고, 학생 스스로 종이에 연필로 계산을 하거나 생각을 적는 것이 더 효율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학생이 일정 두께의 책을 지긋이 앉아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며 읽어야 하는 차분한 시간의 여유도 필요합니다.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전체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컴퓨터는 현대 사회에선 일종의 신입니다. 컴퓨터로 했다고 하면 그 결과는 정확할 것이고, 인간의 사심이 들어가지 않은 중립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우 합리적 결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의 바탕에는 인간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정치적이라는 것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믿습니다. 그 믿음은 종교의 신에 대한 믿음보다 더 강합니다. 최근 AI(인공지능)라는 것이 또 다른 신으로 등극합니다. AI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그 힘을 과시했습니다. 또 AI는 중립적이며 합리적일 것이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언론 기사를 제공하는 기준이 매우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그것은 사람이 하지 않고 AI가 했다는 말로 공정성을 입증해버립니다. 그러나 AI 알고리즘은 사람이 짠 프로그램입니다. 정치적 편향이 있고, 감정적이며, 비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 특히 기업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있는 기술자가 AI 알고리즘의 조건과 과정을 프로그램화합니다. 따라서 AI가 합리적이고, 중립적이고, 정확할 것이라는 것은 거짓입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맡겨야 할 미래교육이 이처럼 편향가능성이 있고, 비합리적일 수 있으며, 부정확할 수 있는 AI에 일방적으로 맡기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미래교육 역시 교사와 학생 사이의 부딪침이 있고, 옆 친구와의 교류와 토론이 있어야 하고, 오랜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에 대한 깊은 사색과 익힘이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여전히 교육격차를 없애기 위한 교육자들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잠시 뒤처진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주인이 될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미래교육 시대는 전자기기의 시대가 아닙니다. 여전히 사람이 주인인 교육이며, 사람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사람이 흘리는 땀과 눈물이 여전히 중요한 교육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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