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한국에서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지배력을 낮추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가결됐다(美 월스트리트저널)",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은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의 권리를 인정했다(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8월 31일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널리 알려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주요 외신과 글로벌 앱 개발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구글은 지난해 9월, 올해 1월부터 안드로이드 앱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앱의 콘텐츠 결제 시 자사 결제수단만 허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시스템으로만 유료 앱·콘텐츠 등을 결제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위 '인앱결제 강제'다. 이후 국회에서 필자가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안이 쏟아지고 소관 상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하 "과방위")에서 법안 심사가 시작되자, 구글은 시행 시점을 올 10월로 살짝 연기했다. 국회에서 야당이 미국 정부와의 통상마찰을 우려하며 신중론으로 돌아서고 법안 논의가 계속 미뤄지면서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계획을 고수할 수 있었다.

필자는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로서 미(美) 애리조나 주(州)의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안을 발의한 레지나 콥 하원 법사위원장과 함께 국제 온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미(美) 시민단체인 앱공정성연대(CAF)와 교류하면서, 한미 간 통상문제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美) 앱공정성연대 창립임원인 마크 뷰제와 간담회를 가졌고, 미(美) 연방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원장인 데이비드 시실리니 의원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두 사람 모두 우리나라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안에 지지를 표명하며 한미 통상 우려를 다시금 불식시켰다. 그리고 최근 미(美) 연방의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상·하원 동반법안으로 발의되면서 통상마찰은 기우에 불과했음이 증명됐다. 이렇게 국제적인 입법공조를 거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안은 국회 과방위와 법사위 의결에 이어 이틀 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통과됐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뿐 아니라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 국내 사업자인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 모든 앱 마켓사업자에게 적용된다. 이제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에게 특정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삭제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사업자들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에 계속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나 효율성 등을 그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이유는 인앱결제 강제에 따른 경제적 이득에 있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국내 앱 마켓 점유율이 70%가 넘는 구글은 지난해 인앱결제 강제 계획을 발표하면서 모든 콘텐츠 결제 금액에 수수료 30% 부과방침을 세웠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수료는 최대 1500억원이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글은 연매출 100만 달러 이하 기업에 대해선 수수료를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본질을 흐리는 '생색내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구글의 시도는 이번 법 개정에 의해 무위로 그치게 됐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는 글로벌 앱 마켓사업자의 횡포를 막고 국내 앱 사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로 전가되는 것을 방지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앱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의 인앱결제 갑질을 법으로 규제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이자 국제적인 협력과 연대의 결과로서, IT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IT 정책 강국으로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단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스티브 잡스와 래리 페이지가 허름한 차고에서 애플과 구글을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낸 바탕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도전이 가능한 공정 생태계가 있었듯이, 또 다른 혁신 ICT 기업이 나오기 위해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앱 개발사와 콘텐츠 창작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계속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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