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급병원 (CG)[연합뉴스TV 제공]
상급병원 (CG)[연합뉴스TV 제공]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에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대전에서 의식장애를 겪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을 돌다 사망 판정을 받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의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 중인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보은의 아이 사망 사고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주택 옆 1m 깊이의 도랑에 빠진 이 아이는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보은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측의 심폐소생술과 약물 투여 등 응급치료를 받고 아이는 심전도 검사(EKG)에서 맥박이 돌아왔다. 병원 측은 추가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전, 충남·북, 세종지역 병원은 물론 경기도 소재 병원까지 모두 9곳이 이송을 거부했다고 한다. 인력·병상부족이 이유였다.

병원을 알아보는 사이 아이는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최종 사망 판정을 받고 말았다.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생때같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경찰은 상급종합병원의 전원 거부와 관련한 법리 검토 끝에 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상급병원이 전원 요청을 반드시 수용해야 할 강제 조항이 없을뿐더러, 의대 증원에 따른 집단 사직의 영향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열악한 지역·필수 의료의 민낯이 재차 드러났다. 충북지역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가 없다고 한다. 소아청소년과의 낮은 수가는 중환자실 확대를 어렵게 한다. 정부가 소아를 대상으로 한 고위험·고난도 수술 수가를 최대 10배까지 인상키로 한 까닭이다. 당장 상당수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시간을 줄일 태세여서 환자들만 이래저래 힘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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