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검증·판단 외면 묻지마 정당 투표
당리당략 매몰 정쟁 근본적 원인 제공
유권자 의식 변화 민심반영 정치 구현

투표. 사진=연합뉴스.
투표.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정치인들의 일성(一聲)은 늘 ‘국민’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국민이 원해서고, 그들이 앞세우는 것들도 국민을 위해서다.

국민의 뜻대로 정치를 할 뿐, 결코 국민의 뜻에 거스르는 일은 없다.

실상도 그러할까.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의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 결과,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24.1%로 조사대상 중에서 꼴찌다. 이는 기관별 평균 신뢰도인 52.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평가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13년 이후 같은 조사에서 10년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정책네트워크가 지난 1월 전국 중고생 1만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별 신뢰도 조사’에서도 정치인 신뢰도는 가짜뉴스를 남발하는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보다도 뒤처진 최하위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 국민 삶의 질’ 조사 결과 역시 국회 신뢰도는 24.1%로 최하위다.

세계적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100여개 국가 사회과학자들이 공동조사하는 ‘세계 가치조사’ 결과 2022년 한국 국회 신뢰도는 20.7%로 조사됐다.

이같은 각종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국민들은 정치인(국회)을 가장 믿지 못할 집단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국민을 위해, 국민의 뜻대로, 국민이 원해서 하는 정치라는 말은 아전인수이자 자기합리화인 셈이다.

이러한 정치 불신 현상에서 유권자들의 귀책도 적지 않다.

정치가 유권자들의 요구와 기대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선거에선 그런 정치인들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정치가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계층·세대간 갈등을 부추기고, 당리당략에 함몰된 정쟁만 일삼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선거때만 되면 호남지역은 온통 파란 색깔인 반면 영남지역은 빨간색이 압도적이다.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떤 정책과 공약을 내놨는지도 관심이 없다. 어느 당 소속이냐는 맹목적인 선택의 기준일 뿐이다.

지역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정책과 공약들은 실종된 채 ‘정권 심판론’과 ‘정권 안정론’으로 맞서는 정쟁으로 변질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을 무시한 채 당리당략과 개인의 정치적 영달만을 꾀하는 한국정치의 진원(震源)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이 변하지 않으면 정치의 개혁이나 혁신은 요원하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이 심화되는 것은, 그런 정치인들을 국회로 내보낸 유권자들의 책임이 되풀이되는 데 기인한다는 자성론이 적지 않다.

국민을 위하지 않고,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퇴출시켜 정치가 유권자들을 두려워하고 민심을 받드는 신뢰의 정치를 만드는 것은 정치인이 아닌 유권자들의 책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총론 속에서 선행돼야 할 과제는 바로 유권자들의 인식과 기준과 판단의 변화다. <끝>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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