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연구소, 5개월간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 연구 실시
어려움 파악·지원 사항 도출 위해 교원·학부모 등 설문 진행
교육적 개입 필요성·학생 중심 이력 관리 등 결과 도출 눈길
느린 학습자 지원 위한 정책연구 토론회서 방안 모색하기도
지원 조례 제정… 자조 모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대 발전

▲ 느린 학습자 지원을 위한 정책연구 토론회. 세종시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배움에는 ‘경계’가 없다. ‘모두가 특별해지는 세종교육’은 학생간의 경계를 허문다. ‘잘났고 못났다’식의 서열화가 아닌, 서로 ‘다름’을 받아들인다. 모든 아이가 존중받으며 미래사회의 어엿한 시민으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때론 한 걸음씩 뒤처지는 아이들도 있다. ‘경계선 지능 학생’의 이야기다. ‘일반 학생과 지적장애 학생 사이에 존재하지만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위험군’으로 정의되는 경계선 지능 학생은 기초학력이 부족하지만 함께 걸어가야 할 우리의 친구들이다. 세종시교육청교육원이 ‘세종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을 위한 연구’를 통해 그 친구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다.

◆정책 연구 배경

세종시교육청이 ‘경계선 지능 학생’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배경은, 교육청의 비전인 ‘모두가 특별해지는 세종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세종시교육청교육원 소속 교육정책연구소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세종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을 위한 기초 연구’를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연구 대상인 ‘경계선 지능 학생’은 느린 학습자, 저성취 아동, 경도 인지적 손상 등 다양한 용어로 불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계선 지능’은 미국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Ⅳ-TR)에서 ‘경계선 지적 기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 BIF)’으로 분류한 것으로,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 지능지수 IQ 71-84 사이에 속한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위험군’으로 정의된다.

세종시교육청은 기초학력보장 사업 내에서 경계선 지능 학생을 지원하고 있지만, 주로 기초학력이라는 관점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경계선 지능 학생이 처한 복합적인 어려움까지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계선 지능인은 전체 인구의 약 13.59% 정도로 세종시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있는 경우 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책 연구 결과

"선생님한테 큰 과제일 것 같아요. 저희 같은 애들도 있지만 잘하는 애들도 있고 한 반에도 애들 수준 편차가 심하니까 이거를 하나하나 이렇게 맞춤형으로 가르친다는 거는 많이 힘드실 거 같아요." -초4 학부모 A씨.

"경계선 지능 학생들을 만나지만 솔직히 우선순위는 아니거든요. 일단 일반 학생들과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게 벌어진 상태에서 오다보니 손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그 아이들만 가르치기에도 이미 너무 과부하인거죠." -중등교사 B씨.

"일단 아이가 느리다 이런 거에 대해서 되게 예민하니까 (교사가 학생의 정확한 상태를) 학부모한테 전달하기를 좀 어려워하세요." -초1 학부모 C씨.

"조금 의심이 돼서 이제 학부모님께 진단검사를 의뢰하잖아요. 그러면 학부모님이 좀 안 받아들이시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 저학년 때는 좀 그런 게 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초등교사 D씨.

경계선 지능 학생을 바라보는 학부모와 교사간 보이지 않는 벽은 존재한다. 그 벽을 허물고 실질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했다.

정책 연구에서는 세종의 경계선 지능 학생이 가지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파악하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세종시 교원과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가지는 어려움은 ‘학업에 대한 문제’와 ‘사회·정서적인 어려움’이 비중 있게 드러났다.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 결과에서 학부모들은 ‘자녀의 인권 영역’, ‘사회·정서적 영역’에서의 지원 요구가 높은 것으로 드러난 반면 교원들은 경계선 지능 자녀의 부모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나 ‘상담 지원’, ‘경계선 지능 진단 지원’에 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나 교육 주체 간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 결과에서는 조기 선별 및 조기 개입을 통한 교육적 개입의 필요성, 학생 중심의 이력 관리 및 원스톱 통합지원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등의 정책적 시사점이 도출됐다.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관련 정책 수립 시 참고할 예정이다.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을 위한 열띤 연구

세종시교육청교육원은 최근 ‘느린 학습자 지원을 위한 정책연구 토론회’를 통해 경계선 지능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했다.

학부모, 교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교육청 장학사 등 교육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담임교사 및 상담교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느린 학습자’, ‘느린 학습자 부모로서의 당사자, 학교 및 사회에 대한 바람’, ‘인지치료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느린 학습자와 학부모’, ‘사회복지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느린 학습자와 학부모’, ‘세종시교육청 기초학력지원정책의 성과와 과제’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경계선 지능 학생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연구에 반영하는 참여형 연구의 모범을 보여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경계선 지능 학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앞으로 보다 많은 정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물꼬가 될 전망이다.

◆보편적 교육복지를 향하여

세종시교육청은 보편적 교육복지를 향한 희망의 사다리를 세울 방침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에 발맞춰 세종시는 지난 9월 세종시교육청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경계선 지능 지원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려나가기 위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 내에 자조 모임으로 시작됐던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 모임이 이러한 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지난 보다 나은 지원을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대 발전됐다. 이 조합은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역시 세종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의 큰 성과이다.

더불어 이번 정책 연구 결과에 기초해 후속 연구 역시 진행 중에 있다. 후속 연구는 정책 연구에서 요구가 높았던 세종시 교원을 대상으로 경계선 지능 학생 지도를 위한 기초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번 후속 연구는 12월에 마무리될 예정으로 추후 세종시 교원들의 경계선 지능 학생 지도 시 활용될 전망이다.

신명희 세종시교육청교육원 원장은 "교육청에서는 사업별로 분절된 지원 사업을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청·학교·유관기관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지원하려 하고 있으며 나아가 교육기관 만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제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서 "세종시교육청에서는 경계선 지능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보편적 지원과 관심 속에서 각 분야의 지원 대상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 안에서 소외되거나 대인관계의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씩씩하게 성장하며, 학업 성공 경험을 찾아 미래의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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