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신문]

▲ 유은화 명예기자
▲ 유은화 명예기자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정말 멋져요

작년 10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70대 중반의 어머니는 대전에서 혼자 살고 계신다.

올해 3월에 건강검진을 받으셨고,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대학병원의 담당 의사는 정밀검사 결과를 보고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니 정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3주 뒤에 초음파 검사가 가능합니다."

어머니: "좀 더 일찍 검사 일자 잡아주면 안 돼요?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의사: "현재 가능한 날짜는 3주 후입니다."

어머니: "아니 어떻게 좀 노력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아는 사람은 해줬다던데…….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요?"

딸 : "엄마, 안된다고 하시는데 왜 그러세요?"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딸은 어머니의 언행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다. 어머니는 노인정에서 만난 할머니가 그랬다면서 본인의 언행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찾아 말한다. 병원에서 나와서 가까운 식당으로 걸어가는 동안 어머니와 딸 사이에 어색하고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와 딸의 역할이 바뀐 듯하다. 과거 이런저런 잘못된 행동을 하는 어린 딸을 혼내고 가르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딸의 가르치는 말을 듣고 있다. 의사에게 떼를 쓰는 듯한 어머니의 말투가 불편했던 딸은 가르치는 말로 어머니를 속상하게 만들어버렸다. 딸은 금세 어머니에게 죄송하고 후회가 된다. 큰 병이라도 생겼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어머니의 불안한 마음을 먼저 헤아리지 않고, 의사의 기분을 먼저 살핀 딸이 어머니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을 툭 던져버렸다. 미안한 마음에 딸은 어머니의 팔짱을 끼면서 "엄마, 정밀 초음파 검사 가능한 병원 찾아서 예약해볼까요?"라고 말한다. 그제야 어머니와 딸 사이의 어색한 기운이 수그러든다.

어릴 적 딸은 무슨 일만 생기면 "엄마~ 엄마~"를 외쳤다. 엄마는 언제 어디서든지 나타나서 딸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토닥토닥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전지전능한 존재였다. 이제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른이 된 딸을 부른다. 스마트폰 앱이 갑자기 사라져서 사용이 안 될 때, 시청에서 고지서가 날아올 때, 서울 가는 차표를 예매할 때, 어머니는 딸에게 조심스럽게 전화를 건다. "바쁘지? 엄마가 말이야...."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면, 딸은 눈치껏 어머니가 원하는 답을 해드린다. "엄마, 제가 퇴근 후에 집에 들를게요." 어머니는 피곤한데 자꾸 불러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신다. 어릴 적 딸이 엄마를 부를 때 미안한 마음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

매주 수요일 노래 교실에서 강사가 "노래 잘하시는 어머님이 먼저 노래 좀 불러주세요."라고 했다는 말을 거의 매주 하신다. 노인정에서 어머니가 안 가시면 재미가 없다고 전화가 와서 매일 노인정에 가야 한다는 것도 어머니의 주요한 대화 소재이다. "엄마가 담은 열무김치는 진짜 맛있어요. 비법을 전수 받아야겠어요."라고 말씀드리면 어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장을 보러 나가신다. 제일 좋은 재료가 준비되면 정성스레 김치를 담그시고, 추가로 딸이 좋아하는 멸치볶음을 볶느라 몸도 마음도 바쁘다.

정밀 초음파 검사 결과 어머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을 받으셨다. 어머니는 박수를 치시며 기뻐하셨고, 딸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시 한번 어머니에게 효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럼 진짜 효도는 무엇일까? 어머니의 보호자가 된 딸이 어머니의 완벽한 사회생활을 위해, 어머니께서 실수하시지 않도록 잘 알려드리는 것이 효도일까?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진짜 효도는 어머니의 행동 수정이 아니라 어머니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어머니의 강점을 발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이제는 늙고 쇠약해진 어머니가 어른이 된 딸에게 의지해야 할 때가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자식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어 하신다. 누군가에게 특히 자식에게 도움을 줄 때 본인이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헬퍼스 하이를 어머니는 잘 알고 계신다. 그래서 오늘도 어머니는 추석 명절 때 김치를 얼마만큼 담가야 하나가 가장 큰 고민이다.

지난주 학생들에게 효행 미션을 부여하였다. 첫 번째, 부모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고 감탄하는 말을 하기와 두 번째, 부모님의 직업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라는 미션 수행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빠가 끓인 라면은 진짜 맛있어요. 라고 했더니 아빠가 기분 좋게 웃으셨고, 그 후 라면은 매번 아빠가 끓이셔요.’

‘오늘 엄마께서 꽃게찜을 해주셔서 제가 맛있다고 맛있게 먹었어요, 엄마께서 환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음식이 너무 짜지도 않고 간이 딱 좋아! 라고 했을 때, 엄마가 진짜? 그 정도로 맛있어? 고마워 라고 반응해주셨다.’

‘과학 연구원이신 아빠께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시는게 멋지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빠가 흐뭇해하셨어요.’

‘아빠께서는 평범한 회사원이시지만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과장으로 승진하셔서 너무 존경스럽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빠께서 딸이 날 이렇게 존경해주니 너무 기분이 좋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효도란 뭘까? 집안 일하기, 선물 사드리기, 심부름하기 등을 말하는 것은 부모 세대에게도 자식 세대에게도 큰 공감을 얻지 못한다. 자식이 집안일을 하는 것보다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는 것이 효도라고 말하고, 선물을 기대하기보다 자식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잘 생활하는 것이 효도라고 말하는 것이 요즘 부모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엄마로서 아빠로서 살아내고 있는 부모가 진짜 바라는 효도는 자식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말을 듣는 아주 소박한 바람이다. 지난주에 부여한 효행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진짜 효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길 바란다. 이번 효행 미션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학생들의 부모에게도 위로와 감동을 주었으리라 믿는다.

<유은화 명예기자>
 

▲ 이희내 명예기자
▲ 이희내 명예기자

이제는 효녀시대!

효를 백행의 근본이자 으뜸이라 말한다. 죄 가운데 불효를 가장 크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교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으뜸으로 삼은 덕목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효(孝)였던 것이다.

우리는 효를 실천하는 이를 효자. 효녀로 칭송한다. 조선시대 임금은 효자가 있는 마을에 정려문(旌閭門)을 세워 효를 널리 알리고 오래도록 기려줬다. 그러기에 효의 실천은 인륜 도덕이 근간이 되는 대가족제도 속에서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정신으로 계승되었고 우리는 이렇게 효의 실천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시대는 급격한 전환기를 맞았다. 더구나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압축 성장을 꾀하며 기존 질서의 파괴와 가치관의 혼돈이 거듭되었다. 그러면서 효에 대한 관념도 많이 달라졌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의 은혜를 입는다. 모든 사람이 어머니의 고통 덕분에 세상에 태어났고, 아버지의 고생 덕분에 성장했다.

시간의 흐름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듯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한번 태어난 이상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하지만 요즘은 늙고 병든 부모를 모시기 귀찮다고 이유로 학대하거나, 병원이나 산골 요양원 등 먼 곳에 내다 버리는 자식들, 심지어는 폭력을 휘두르는 패륜아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씁쓸한 상황이 자주 목도되기도 한다.

예전엔 자녀가 효도하면 부모가 즐겁고,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형통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우리 삶의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보살피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부모의 사랑과 자녀의 효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거나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일방적 관계가 아닌 쌍방향적 관계가 바로 효의 진정한 가치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유교 사회에선 가족을 위해 추구했던 근면, 성실, 교육, 가족주의 이면에 효 문화를 가장 중요시했다. 부부애와 형제자매의 우의, 친족 관계도 부모를 위한 정과 존경, 즉 효 없이는 이어지기 힘들다. 효를 조금 더 확대하면 공동체와 나라의 충성심은 물론 효심과 신념을 공유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랑과 공경의 효 문화를 더욱 되새기면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정파, 세대, 이념 간 깊어진 골을, 효 문화로 잔잔하게 메꿔가야 한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효행을 칭송하고 표창하는 일은 더 없이 중요하다. 모두가 인정하는 효행, 모두가 실천해야 할 효의 표본을 설정하고, 앞으로 국민에게 K-효의 영향력과 힘을 다시금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그 시절 원조 한류를 만들어냈던 리틀엔젤스, 그리고 경제 위기 때 걸그룹 소녀시대가, 힘들었던 시기, 노래로 우리를 위로하고 힘을 줬듯이, 우리는 이제 K효 정신을 세계에 전하는 ‘효녀시대’ 의 한류 정신을 잇는 서포터즈가 되어야 한다.

전 국민이 ‘효녀시대’의 메인 보컬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하루의 첫 시작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로, 하루를 시작하면 어떨까.

<이희내 명예기자>

▲ 이달의 효행인물 강찬구 2022년 한국효문화진흥원 효행상 수상자
▲ 이달의 효행인물 강찬구 2022년 한국효문화진흥원 효행상 수상자

[이달의 효행인물] 강찬구 2022년 한국효문화진흥원 효행상 수상자

강찬구님은 평생 부모님을 봉양해온 효자로 아프신 부모님을 정성 봉양하면서도 자녀 3남매를 훌륭하게 키워 효심이 지극하다고 주변에서 칭송이 자자하며,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지역 어르신들의 복리증진에 기여하여, 2022년 한국효문화진흥원 10월 ‘효의 달’ 에 효행상을 수여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