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신문]

▲ 유은화 명예기자
▲ 유은화 명예기자

[자신의 삶과 연결 짓기 한 효 교육]

25년 째 중학교에서 도덕 수업을 하고 있다. 중학생들에게 도덕은 어떤 과목일까? 25년 째 학생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도덕 수업 내용은 어릴 적부터 가정과 유·초등학교에서 많이 들어온 뻔한 내용이고, 그 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없지는 않다. 현재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1)라고 불리는 디지털 네이티브2) 세대이다. ICT를 활용하여 파워포인트 수업을 하면 집중을 잘하던 20년 전 학생들과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른 세대이다. 그래서 도덕 수업을 25년 동안 해오면서도 교수-학습방법 면에서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도덕 교과는 인성교육의 핵심 교과이고, 인성교육 중 "효"는 핵심적인 주제이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 "가정 생활과 도덕" 단원에서 전반적으로 가정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배운다.

중학교 1학년 첫 도덕 수업 시간에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내용을 이야기 보세요."라고 하면 "효도에 대해 배웠어요,"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다행스럽게도 효도를 배우고 올라왔구나 생각하면서 효 단원 수업을 시작한다. 20세기의 교실에서는 "자식으로서 마땅히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한다."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나, 오늘날 중학교 교실에서는 "왜요?"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이 가끔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들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부모의 말을 순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수업 중 궁금한 점이 떠오르면, 선생님이 말하고 있는 중에도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참고 기다리는 수업 예절을 가르쳤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는 부모가 키웠고, 언제 어디서든지 검색어만 입력하면 즉각 답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함께 키운 세대이기 때문에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교사가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회적인 가치관과 개인의 가치관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효도에 대한 가치관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변했다면 효도와 관련한 교수-학습 방법도 마땅히 변해야 한다. 말도 못 뗀 아기 때부터 태블릿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던 학생들에게 교실 속에서 효를 포함해서 인성 덕목을 어떤 방법으로 교수-학습을 할 때 효과적일까에 대한 고민은 교사는 물론 부모의 고민거리가 아닐까

도덕 수업은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효도에 대한 수업을 고전 속 효도에 대한 글로만 가르칠 수도 없고,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강조한다고 해도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가정에서 지켜야 할 도리로서 효 수업을 할 때는 특히 학생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수업디자인을 해야 한다. 삶과 연결 짓기가 안된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올 때, 교사의 입에서 한숨이 먼저 나온다. 교실에 남은 학생들의 입에서는 지루한 수업이 끝났다는 환호성이 먼저 나올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에 효 단원 수업을 한다. 삶과 연결 짓는 효 수업을 위해 휴대전화를 미리 준비한다. 수업 도입에서 고전과 현대의 글을 제시하고, 전통 사회의 효와 오늘날의 효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모둠원들과 함께 찾는 활동을 한다. 다음으로 ‘부모님, 보호자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효도의 방법은?’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원 잘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는 거요.’라고 대답한다. 간혹 ‘게임 조금만 하는 거요.’, ‘휴대폰 적당히 사용하는 거요.’라고 대답하는 학생도 있다.

다음 활동은 부모나 보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자신에게 바라는 효도는 무엇인지 여쭤보는 활동이다. 각 반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네다섯 명의 학생들이 통화를 자원한다. 스피커폰으로 전화가 연결되면 주위 학생들도 숨죽이고 경청을 한다.

딸: "엄마가 제게 바라는 효도는 뭐예요?" 라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깜짝 놀라며 "지금 학교인데 어떻게 전화를 했어?"라고 물으시고, 엄마: "음, 그냥 우리 딸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지."

딸: "공부 열심히 하는 거 아니네요."

"그럼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실천하고 있는 효도는 뭐예요?"

엄마: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자주 안부 전화 드리고, 주말에는 직접 찾아뵈려고 노력해."

딸: "나중에 제가 엄마 아빠 자주 찾아뵙기를 바라시겠네요?"

엄마: "글쎄, 그러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네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제일 큰 효도지."

전화 통화가 마칠 때 "엄마 사랑해요."하면 "나도 사랑해"라고 답하고 친구들이 큰 박수를 쳐주면서 통화를 마친다.

다음 활동은 ‘나에게 가족이란? ( )이다. 왜냐하면 ( ) 때문이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생각을 빈칸에 적고, 각자 휴대폰으로 가족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잠시 후 가족도 같은 형식의 메시지를 답장을 보내준다. 곧장 답장이 오지 않을 때 아쉬워하고, 휴대전화가 없는 학생들은 선생님의 휴대폰으로 대신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답장으로 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유하고, 활동 소감을 나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전화 통화 시도해보고 싶어요.’, ‘문자 메시지 답장 오면 다음 시간에 발표하고 싶어요.’, ‘수업 중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라는 수업 소감을 말한다.

올해도 본교에서는 "효실천 프로젝트 사랑해효"를 통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가정과 연계한 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달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효 실천 미션 두 가지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가족과 함께한 추억을 담은 네 컷 사진첩 만들기’, ‘가족과 함께 동네 산책하기’, ‘가족을 위한 음식 요리해드리기’ 등 다양한 미션을 통해 효를 실천할 수 있는 자신의 삶과 연결 짓기하는 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효 교육은 5월 가정의 달에 실천하는 특별한 활동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청소년기에 삶과 연결 짓기한 효 교육을 통해 내면화된 효라는 덕목을 앞으로의 학생들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것이 진짜 효가 아닐까.

<유은화 명예기자>

 

▲ 이석환 명예기자
▲ 이석환 명예기자

[시간을 돌리는 여행]

"아버지, 어머니, 다음 주 월요일에 저랑 바람이나 쐬고 오실래요?" 하기 쉬운 말 같으면서도 말하지 못했던 말을 은근슬쩍 꺼냈다. 그렇게 부모님과의 동해 여행은 시작되었다. 수산 시장도 들렀고, 동해의 푸른 바다를 보면서 모래사장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걸었다. 손자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주변을 맴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재잘거렸고. 물을 좋아하는 둘째는 벌써 바닷가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풍덩거리면서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동해의 푸른 바다에는 맨발로 나란히 바닷가를 거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과, 그 옆을 뛰어다니는 내 아들들의 모습과, 어릴 적 수덕사 돌계단을 쉬지 않고 올라 아버지 어머니의 자랑이 되었던 어린 내가 있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효’가 도대체 무엇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세상도 점점 변해 ‘효’보다도 자신의 삶의 중요성과 가치를 우선 하는 분위기도 많이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 어머니의 나이가 되고 보니 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지만 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옛 어른들이 이런 말씀을 한 것이 기억이 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어렸을 적에는 그 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으나 이제 내가 꾸린 가정에서 자식을 키우다 보니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치사랑이 없는 것이 아닌 내가 받은 내리사랑이 다시 내 아이들에게 내리사랑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받은 무한한 사랑을 내리는 힘이 바로 부모님의 사랑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정말 바쁘고 힘들게 살아오신 부모님이지만 시간을 내서 나와 함께 해주셨던 시간의 기억은 다시 이어져 나의 아이들의 기억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었다.

효는 그 기억을 가끔씩 우리들의 부모님들께 돌려드리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한 달 전의 일들도 가끔은 깜박깜박하는 나이 든 부모님께 한창 젊었을 때, 무엇이든 해도 자신감이 있고 자식들에게 나무 그늘이 되어주었을 때, 그때의 시간으로 잠시 돌려드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효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석환 명예기자>
 

▲ 예병숙 님과 그 가족들
▲ 예병숙 님과 그 가족들

[예병숙 2021년 한국효문화진흥원 효행상 수상자]

예병숙님은 96세 아버님을 정성으로 모시고, 병원 입원시에도 아버님을 지성으로 간호하여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효를 실천 하여 모범이 되었기에, 2021년 한국효문화진흥원 10월 ‘효의 달’ 에 효행상을 수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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