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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외국군 수탁장교 Adon Peter Cadona(에이든 피터 카도나)
▲ 육군대학 외국군 수탁장교 Adon Peter Cadona(에이든 피터 카도나)

[충청투데이 김희선 기자] ‘효’는 한국 사회의 특별한 문화로, 오랜 역사 동안 고유한 전통으로 발전해왔다. ‘효’문화의 많은 부분은 노인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유교의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유교권 안에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이와 같은 비슷한 사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효’문화는 ‘효’가 현대 사회에도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독특한 한국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호주는 1788년 영국에 의해 개척된 역사가 훨씬 더 짧은 나라로, 많은 서유럽 문화와 전통이 호주로 유입되었다. 그 당시 서양 문화에서도 노인을 존경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한국의 ‘효’문화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또한, 호주는 과거에 영국의 식민지였고 현재는 완전한 다문화 국가이다. 많은 호주인들이 중국, 인도, 한국, 베트남 그리고 네팔 등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진 가정환경 속에서 살게 되면서, 노인을 중시하고 존경하는 문화가 호주 사회에 정착하게 되었다.

호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유럽인들이 최초로 이주했던 과거 200년 이전에 ‘호주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었다. 이 원주민들은 노인을 존경하고 사회의 지도자로 추대하며 공경하는 문화를 지켜왔다.

호주의 원주민

원주민들은 6만 년 이상 호주 대륙에 살면서 호주의 역사를 이어왔다. 오랜 세월동안 호주의 전통문화와 역사는 노인에 의해 전해져 내려왔다. 호주의 전통문화는 크게 두 가지의 중심 가치를 가졌는데, 하나는 땅에 대한 존경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에 대한 존경이다.

노인은 전통적인 지식, 지혜와 역사를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고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연장자를 뜻한다. 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될 때까지 전통문화는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다른 양상을 띄게 되는데, 이러한 체계 때문에 전통 호주 사회는 노인들이 매우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위계 질서가 있는 사회가 되었다. 노인들은 전통사회를 통치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원주민 내에서 지도자로 여겨졌다. 다같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노인이 먼저 식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주고, 노인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등 호주 전통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인에 대한 사랑과 지지를 보여왔다.

현대 사회에서는 노인을 호주 땅의 전통적인 소유자이자 수호자로서 중요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관념이 호주 문화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예를 들어, 모든 공식적인 정부 행사와 스포츠 또는 지역축제를 진행할 때 그 행사가 개최되는 땅과 그 땅의 과거, 현재, 미래의 노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 게다가 원주민이 전통사회에 관한 현안을 의회에 대표로 건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호주 헌법을 바꾸는 투표를 2023년 11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 때 대의권은 전통사회 현안 문제에 대해 권위 있게 말할 수 있는 노인들로 구성된 협의회에 의해 행사될 것이다.

영국의 정착

18세기 영국의 정착 이후, 호주는 서유럽의 전통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여기에 노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한국의 ‘효’문화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노인에 대한 사랑과 존중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을 돌보기 위한 행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가정에서 젊은 사람들이 노인 가족 구성원을 돌보았고, 사회공동체에서는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 등 일상생활을 점검하고 지원하였지만 한국의 ‘효’ 정도까지 간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요일 저녁 식사’ 문화는 영국 정착민들에 의해 전승된 중요한 전통 중 하나로 현대에도 계승되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문화가 지역공동체와 교회 등 다양한 종교단체 안에서도 발견되는데, 이들은 노인을 매우 높이 존경하고 존중한다.

다문화 사회

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 호주는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공존하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이는 호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만약 당신이 호주를 여행하게 되면, 다양한 국가 버전의 ‘효’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 국가인 호주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일례로 필자는 고등학생 때 인도, 베트남, 필리핀 가정의 친구들이 많이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그 친구들로부터 집에서 가족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문화와 전통에 대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개인적 성찰

내 삶에 있어 가족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나의 어머니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가족배경을 가지셨고, 아버지는 이탈리아 가족배경을 가지고 계셨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아버지 쪽 가족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으며 70년 전에 호주로 이민을 왔다. 이탈리아 문화에서도 가족 간의 유대와 노인에 대한 존경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조부모님을 방문할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친척들을 반드시 초대하여 내가 함께 가족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마찬가지로 내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갈 때마다 조부모님은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반드시 만나게 해주셨다. 일 년에 두 번은 호주에 사는 가장 나이가 많은 가족구성원이 이탈리아 가족·친척을 모두 초대하여 식사를 진행하고 함께 서로의 관계를 다시 연결하며 유대와 결속을 다졌다.

결론

호주 가족문화의 양상은 한국의 ‘효’문화와 다를 수 있지만, 근본 원리는 매우 유사하다. 가족에 대한 중요성과 기성세대에 대한 존중이 보편적인 문화적 관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고 돌보는 것이 사회공동체와 가정 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호주 원주민과 다른 나라들의 영향으로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삶에서 중요한 핵심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노인에 대한 존경과 공경정신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 또한 한국에 있는 효문화진흥원처럼 우리의 역사와 전통 속에 있는 ‘효’문화를 살려 미래에도 계속 번창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육군대학 외국군 수탁장교 Adon Peter Cadona(에이든 피터 카도나)>

 

[효툰]

▲ 효툰 티베트 전통 효자 이야기 글·그림 : 탁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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