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신문

후회하지 않는 인생

우리 조상들은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살아왔고 생활양식은 가부장제도에 의해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을 윤리의 기본으로 살아왔다.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핵가족사회로 가파르게 변화함에 따라 오늘에 와서는 나, 가족, 사회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균형 있게 자리 잡힌 사회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부모가 우선이고 자녀는 그 다음이라는 사고를 가진 전통적 사상은 오늘날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많은 갈등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무슨 일이건 성공을 위해서나 일상생활을 위해서나 일의 우선순위는 매우 중요하다.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추수하는 일은 서로 바꿀 수 없듯이 인간도 부모와 자식 간에 천륜(天倫)이 있어 조화로운 삶이 필요한 대목이다.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는 말은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기(歲月不待人) 때문에 적절한 때에 응당해야 할 일을 한다. 심리학자 주자는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고 가르쳐 주었다. 우선순위란 바로 이런 것이다. 초상집에 문상 갈 때 마다 흔히 듣는 자녀들이 고인에 대해 다하지 못한 후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 효도는 기회를 놓치면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일이다. 대중 속에 회자되는 "있을 때 잘해"와 "때는 늦으리"란 말은 인생살이 곳곳에 해당되는 경고다. 필자가 효 강의에 잘 인용하는 예로 "나무가 고요히 있고자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도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신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는 말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사후 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차선책은 될 수 있으나 최선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자는 인생에 열 가지 후회할 일이 있음을 가르쳐주었다(朱子十悔訓) ①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②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 ③소불근학노후회(少不勤學老後悔/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 ④안불사난패후회(安不思難敗後悔/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

⑤부불검용빈후회(富不檢用貧後悔/재산이 풍족할 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에 뉘우친다) ⑥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뉘우친다) ⑦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墻盜後悔/담장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뒤에 뉘우친다) ⑧색불근신병후회(色不謹愼病後悔/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뉘우친다) ⑨취중망언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술에 취해 망령된 말을 하고 술 깬 뒤에 뉘우친다) ⑩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뉘우친다) 인생의 종점에 이르러서 감사와 칭송이 넘쳐야지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때는 이미 지난 과거사와 달리 매일 매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정성껏 살아야 될 일이다. 시간상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 대상자로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할 일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지나간 뒤에 발자국을 되돌아 볼 때 반듯하게 선이 그어져야 한다. 또 김구(金九) 선생은 눈 덮인 들길을 걸을 때도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네가 걸어간 발자국을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이정표삼아 딛고 온다 하였다.

결국 품격 높은 지혜로운 인생의 삶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처신은 엄하고 부모는 자녀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여 자녀들과 부담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되도록 노력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늘 사랑을 베풀고 칭찬해주며 자식들이 실수가 있어도 이를 감싸주고 너그럽게 이해해 줄 때 공경을 받게 된다. 과거처럼 무조건 어른들에게 복종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요청은 오히려 효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진정한 효(孝)는 감사와 존경에서 나오게 되어있다.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도 그렇기 때문이다. 사랑 없이 효는 존재할 수 없고 부모는 자식에게 조건 없는 무한정 사랑은 곧 ‘후회 하지 않는 인생’의 삶이자 마중물이기 때문에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나온 삶을 반추(反芻)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길식 명예기자
 

어버이날, 소중한 추억

5월은 가족의 달, 어린이·어버이날이면서 부모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올해로 26주년을 맞이했는데 아직도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지내시는 부모님을 보면 좋은 가정에서 배움과 사랑을 받았다고 느끼며 항상 감사드린다.

대학생과 취직한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일명 ‘빈둥지증후군’으로 시끌벅적했던 집안에 자식들이 하나둘 고향을 떠나 빈방과 집안의 공허함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시기를 거친다는 것. 이럴수록 자주 연락드리고 주기적으로 뵈러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여가 활동을 찾고 제2의 인생을 찾는 전환점에 적극 도움 드려야겠다고 느끼는 5월이다.

공휴일에 ‘어디로 여행갈까?’ 생각보다는 세 남매는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먼저 가 있는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우리는 떨어져 있는 동안 못 했던 이야기나 소소한 일상 이야기 등 어버이날 이벤트를 어떻게 멋지게 진행할지 기대하면서 도착했다. 오빠와 여동생 그리고 나, 오랜만에 우리 가족 완전체 5명이 다 모여서 제일 기뻐하시는 부모님을 뵈니 나까지 기분이 벅차올랐다.

할머니 댁에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정원에서 고기를 굽고 어버이날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삼대(三代)가 모여 집안이 북적거리고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설령 걱정이 있더라도 가족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좋은 덕담을 주고받았던 날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을 보면서 배운 ‘효’는 부모님께 자주 연락드리고 뵈러 가는 것, 그거 하나라도 매우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형제자매가 사이가 좋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혼전신성(昏定晨省) 해가 저물면 잠자리를 봐드리 듯 안부 인사를 드리고, 오조사정(烏鳥私情)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는 마음을 통해, 양사부모(仰事父母) 우러러 부모를 섬기고 풍수지탄(風樹之歎) 부모님을 모시고자 하나 이미 돌아가심을 한탄하지 말고, 위친지도(親之道)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해야겠다.]

세월이 빠르다고 생각하는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늙지 않을 것 같던 부모님도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는 걸 보는데 왜 울컥하는지···. 20여년 시간이 흘러 어느새 부모님 키를 따라잡고 취직까지 하였다. 우리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셨던 시간을 항상 간직하며 우리만의 소중한 추억들에 웃음꽃 피우게 해드려야겠다. 김유리 명예기자
 

엄마의 노래

"스르륵 툭" 집 문 앞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는 신호다. ‘뭐지?’ 주문한 물품이 없는 것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을 열었다.그리고 택배 상자의 발신인을 빠르게 확인했다.엄마다.다진 마늘,물 김치,꿀에 재운 인삼,표고버섯가루,볶은 멸치,반팔 블라우스 등……. 종합선물세트다.‘에구’하는 혼잣말에 이어 마음 속 온기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사실 엄마는 건강이 썩 좋지 않아서 노년의 일상을 근근히 버텨내고 있다.그러니 종합선물세트가 영 반갑지만은 않다.계속되는 만류에도 딸의 수고를 덜어주고픈 엄마의 각별한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종종 찾아 듣던 음악이 귓가에 맴돌았다.바로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이다.체코의 작곡가, 안톤 드보르작의 연가곡 「집시의 노래」 중 4번째 곡으로 단순하면서도 애잔하고 아름다워 널리 알려진 성악곡이다.오늘 따라 선율과 가사가 깊게 배어든다.

늙으신 어머니 나에게 그 노래 가르쳐 주실 때,어머니 눈에 눈물이 곱게 맺혔었네. 이제 내 아이들에게 그 노래 들려주노라니 내 그을린 두 뺨 위로 한없이 눈물 흘러내리네.

아들의 엄마가 되서야 엄마의 사랑을 한 줌씩 가늠하게 된다.내리사랑이 버거워 풀 죽은 딸에게 오늘도 엄마는 빛이 되고 힘이 되었다.

"띠띠띠띠"학원에 갔던 아들이 돌아왔다. 토라진 모습 그대로다.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는 아이 옆에 나란히 앉았다.그리고는 두 팔로 꼭 안았다.아이의 표정이 금새 보드라워지고 생기가 감돈다.작은 손으로 나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인다.

"엄마,괜찮아요,그리고 죄송해요."

아이의 말에 내 마음에도 평안이 깃든다.엄마의 사랑이 노래가 되어 딸에서 손자에게까지 전해졌다.이제는 내 사랑을 엄마에게로 향할 차례다."엄마,나야" 박지은 명예기자
 

▲ 이달의 효행인물 임준완
▲ 이달의 효행인물 임준완

이달의 효행인물 - 임준완(2021년 한국효문화진흥원 효행상 수상자)

임준완님은 1988년 결혼하여 35년 이상을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있으며 췌장암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의 손발이 되어 지극정성을 다하여 수발하는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로 효를 생활근본으로 하여 모범이 되었기에 깊은 봉사정신과 선한 마음이 타의 모범이 되어 2021년 한국효문화진흥원 10월 ‘효의 달’ 기념하여 효행상을 수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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