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개 지역서 민간단체 위탁 운영
폐지 후 지방청에 담당자 지정 할 방침
접근성 악화·젠더 관점 없는 상담 우려

대전지역 고용평등상담실 건수.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여성노동자의 기댈 곳인 ‘고용평등상담실’이 내년 예산 삭감으로 존폐 기로에 놓이면서 대전에서도 현행 사업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및 사업계획에 민간에 맡겼던 고용평등상담실의 예산을 기존 12억에서 5억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하고 8개 지방청에 1명의 담당자를 둔다는 방침이다.

2000년부터 문을 연 고용평등상담실은 전국 19개 지역에서 각 민간단체가 위탁해 운영되고 있다.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며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해 왔다.

대전에서는 2015년 4월부터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대전여민회가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여민회로부터 입수한 대전지역 고용평등상담실 건수를 보면, 매년 여성 노동자들의 상담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358건에서 2019년 491건→2020년 607건→2021년 624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총 716건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2배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부터는 충남과 충북의 고용평등상담실이 민간단체의 사업 반납, 미공모 등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세종·충남·충북지역까지 관할이 확대돼 상담 건수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현장에서는 민간에서 하던 고용평등상담실 업무가 정부로 이관될 경우 여성 노동자들의 접근성 악화, 젠더 관점 없는 상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전국 19곳 단체가 모인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전한 직장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운영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 제작과 영세사업자 예방교육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하더니 최후의 보루인 상담실까지 지원을 끊어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했다"며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예산을 정부가 되살리지 않는다면 국회라도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에서도 피해자들의 원활한 일상회복을 위해서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김정임 대전여민회 사무국장은 "대부분 직장 내 성희롱은 사내 사건이 많은데 권력관계에서 가해자의 권력이 높은 게 80% 이상"이라며 "고용평등상담실 사업이 지방청으로 넘어갔을 때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상담할 수 있는 구조가 못 돼 위축되고 심리적으로 불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해 접수되는 상담 내용에 따라 괴롭힘센터, 성폭력상담소 등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며 민간 지원을 하고 있는데 사업을 축소하고 예산을 줄이는 실태는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는 오는 30일까지 국회 앞 1인 시위와 ‘고용평등상담실 폐지’를 막기 위한 1만인 연서명을 전개한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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