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편집국 경제부 기자 syb@cctoday.co.kr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대학시절 몸 담았던 학내 언론사는 신문·방송·영자신문·교지 4개 매체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독립적인 활동을 했었다. 당시 20살에서 22살 정도 되는 대학생들이 모였지만, 학내 유일한 감시자이자 학생자치 최후의 보루라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대학언론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폐지 혹은 통폐합 돼 가던 시류를 우리 역시 벗어날 순 없었다. 결국 4개 매체는 하나의 센터로 통폐합 됐고, 각자의 색깔을 잃어가며 학생자치기구로써의 역할도 사라졌다.

최근 공개된 고용노동부의 내년도 예산안 및 사업계획을 보면서 대학 졸업 이후 몇 년 만에 통합과 전문성간의 엇나감을 다시 느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은 기존 12억에서 5억으로 축소했다. 이밖에도 청소년 노동권 보호 상담사업과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들이 줄삭감 됐다. 반쪽이 된 위 사업들은 고용노동지방청과 여러 산하기관으로 보내 통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계획이다.

사업들을 운영하던 민간단체들은 전문성과 수혜자의 접근성 등을 문제 삼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0원 예산’이 책정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경우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매년 늘고 있고, 인력난을 겪는 사업장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 정원을 늘린다는 정부의 기조를 고려할 때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도통 이해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 보다 세심한 상담이 요구되는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하고 각 고용노동지방청에 1명의 상담사를 두겠다는 것도 의문이 제기된다. 대전지역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대전여민회의 김정임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아픈 부분 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듣는 자의 태도가 중요하다"며 "지방청에서 상담을 진행하면 근로감독관과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이는 일하기에 좋은 결정이지 피해자 입장이 고려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 지역 노동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던 민간 센터 등이 사라지고 예산과 인력이 모두 축소된 채 공공으로 사업이 편입되면 자칫 노동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을 잘할 수 있도록 촘촘히 정책을 설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면, 거리와 상담실 등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다. 통합과 전문성은 다르다. 통합을 할 것과 민·관이 협업할 것은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일부를 외면하는 결정은 오히려 공동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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