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제전 돌아보기 ② 대백제전 181억원 어떻게 쓰였나
총 예산 지난해보다 배로 늘었지만
형평성 우려에 공주·부여 분산 투입
프로그램 중복·콘텐츠 미흡 등 지적
백제 알리기와 거리 있는 예산 집행도

대백제전. 김중곤 기자
대백제전. 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지난 9일 폐막한 2023 대백제전에는 181억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됐다.

올해는 기존 백제문화제에서 규모를 키워 13년 만에 대백제전 형태로 성대하게 백제를 선보였다.

323만명이 찾는 화려한 행사로 마무리했지만, 집행 내역을 정밀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대백제전 예산은 지난해 8월 완료된 ‘2023 대백제전 기본계획 보완 용역’과 비교해 31억원이 증가됐다.

주요 증액 항목은 대표 프로그램인 수상멀티미디어쇼 연출(10억원→22억원), 대외협력(0원→11억원) 등이다.

주제가 ‘대백제, 세계와 통하다’인 만큼 해외 교류를 확대하고 13년 만의 대백제전에 맞춰 프로그램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수상멀티미디어쇼의 경우 늘어난 예산으로 연출 내실 강화보다 같은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드는 데 집중됐다.

이 쇼는 애초 공주 행사장에서만 선보이기로 했는데, 내용만 변화를 줘 부여 행사장에도 그대로 조성됐다.

동일 프로그램이 공주와 부여 모두 배치돼 예산은 배로 늘었지만 그만큼 프로그램 집중도나 만족도가 향상됐는지는 의문이다.

관람객 이모 씨는 “수상쇼는 불꽃놀이로 화려했지만 백제를 표현하는 영상 화질이 나빠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예산을 집중해 수상쇼 하나를 내실 있게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공주와 부여 축제장에 중복된 것은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인 미디어아트관도 있다.

미디어아트관은 애초 부여 행사장에만 10억원을 들여 조성하려 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공주도 설치하기로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두 행사장에 각각 4억9000만원씩 예산이 분산됐다.

재단 관계자는 “기본계획 단계에선 공주 수상멀티미디어쇼, 부여 미디어아트관 등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두기로 했다”며 “그런데 양 시·군에서 프로그램 흥행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축제에선 동일하게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재단, 공주시, 부여군 등 전형적인 ‘한 지붕 3가족’ 운영으로 촉발된 프로그램 중복은 관객 몰이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주, 부여 행사장에 각각 설치된 수상멀티미디어쇼와 미디어아트관 총 관람객은 23만644명으로, 총 방문객(323만명)의 10%도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 중복으로 예산 비효율성이 커졌다는 목소리는 재단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또 다른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아트관의 경우 행사 후 전부 철거해야 한다”며 “몇십억원씩 들여 뜯었다가 붙였다가 하는 것은 낭비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재단이 공주와 부여 2개 시·군에 35억원씩 각각 배정한 민간사업지원금도 제대로 집행됐는지 따져볼 대목이다.

부여군은 재단이 기획한 축하공연과 별도로 ‘무대 설치 및 가수 용역’(7억7000만원)에 예산을 편성, 백제 알리기에 거리가 있는 집행을 보이기도 했다.

공주시도 대백제전을 맞아 4억2800만원을 들여 17개 프로그램을 추가했는데, 그 중 조선 인조와 관련된 ‘인절미 축제’처럼 백제와 무관한 것도 있었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재단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해 대백제전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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