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식 충청남도 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원장

‘대백제, 세계와 통하다’라는 주제로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 공주의 금강 신관공원을 중심으로 부여까지 이르는 지역에서 대백제전이 열렸다. 1955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개최를 못하다가 13년 만에 열리게 된 것이었다.

이 축제가 충남 지역의 축제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역사문화 축제가 되고, 국제적 문화축제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점을 말해주듯 개막식이 열렸던 9월 23일 저녁 대통령은 미국 순방을 마치고 헬기로 이동하면서까지 이 축제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큰 축제지만 지난 12년 동안 개최를 못했기에 주최측은 17일간 진행되는 이번 축제의 관람객 예상 목표를 150만 정도로 작게 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예상 목표의 거의 배에 해당되는 3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흥행에 있어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이유는 축제를 13년 만에 다시 재개하면서 공주와 부여에서 함께 개최해 시너지 효과를 보았고 거기에 더해 ‘힘쎈 충남’ 민선 8기가 도정의 중점 추진 과제로 적극 지원을 했고, 첨단 장비를 동원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충남도민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도 큰 몫을 했다.

축제로서 대백제전이 대성공 한 것에 만족하는 것만이 아니라 축제를 통해 우리들의 마음에 남겨야 할 더 나아가 새겨야 할 ‘백제(百濟)’에 대한 관심, 그리고 백제가 지금의 대한민국에 미치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라가 3국을 통일하면서 삼국시대 이후 역사에서 사라진 백제는 후삼국 시대 그 모습을 역사에 잠시 드러내 보였지만 기원 후 10세기에 고려가 다시 통일을 하면서 백제는 역사의 주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조선, 그리고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대한민국이 수립할 때까지 어느 시대에도 백제는 큰 조명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어떤 때는 홀대를 받기까지 하면서 백제가 지녔던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거나 발전시킬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 이후부터 역사의 뒤 켠에 있던 백제는 오늘날에도 되살려야 할 소중한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가치가 가득 담겨있는 보물창고와 같다.

지난 대백제전 개막식 축사에서 대통령은 이러한 점을 백제의 유산은 K 컬쳐의 DNA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백제에 그럴만한 대단한 것이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그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언어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 가운데 ‘くだらない(쿠다라나이)’라는 게 있다. 이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하찮다, 시시하다, 가치없다’라고 나온다.

이 표현 중심에 있는 くだら(쿠다라)는 백제를 뜻하는 것으로 くだらない(쿠다라나이)를 일본식 한자로 표기하면 ‘百?無い’가 된다. 즉 쿠라다나이는 백제가 없다는 말로, 백제 것이 없으면 촌스럽고, 시시하고,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 되며, 일본의 고대 사회에서 백제의 문화가 일본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지 말해 주는 표현이다. 4세기경 한류의 원조격인 왕인박사가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한 이후 백제의 상류문화를 접한 일본은 백제인들과의 교류와 백제 문화가 절실했다는 점을 역사와 현재의 언어 생활이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국가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많은 분야에서 백제의 것을 받아 들였기 때문에 일본인들 마음에는 ‘훌륭한 것은 백제에 있다’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국 것이 아니면 시시하다’, ‘K 컬쳐는 무언가 세련되고 품격이 있다’라는 생각이 다시 전세계에 일어나 K 컬쳐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것은 오래된 미래 くだらない(쿠다라나이)에 있음을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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