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 돈을 대출받고 이자를 내지 못해 무너지는 가계와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은행이 어제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 3분기 말 2조8988억원으로 2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여신이 1295조7838억원에서 1334조2666억원으로 3.0%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일컫는다.

기업이건 가계건 대출받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부도 처리되거나 파산·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곧장 경매절차에 들어간다. 은행들은 보통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되면 관리절차에 들어간다. 무수익여신은 가계보다 기업 대출이 더 심각하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일부 은행은 50%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무수익여신은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높은 금리, 소비 위축 등의 영향이 크다. ‘깡통 대출’의 결과는 뻔하다. 올 3분기 기준 법인 파산 사건이 1213건으로 지난해 동기(738건)보다 64.4% 급증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비교적 건실한 기업으로 분류되는 국내 상장사의 17%가 이익으로 이자를 갚기 버거운 ’한계기업‘ 상태라고 한다. 올 3분기 누적 개인 파산 접수도 3만112건에 이른다. 벌어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5대 금융그룹지주의 올 이자이익이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은 해마다 성과급 잔치와 명예퇴직금 퍼주기를 벌인다. 이러니 가계와 기업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나. 취약계층은 가계 빚에 허덕이고, 기업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내년 상반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경고음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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