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질병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1348년 발생한 흑사병(페스트)은 불과 4년 만에 2500만명(유럽인구의 3분의1)을 몰살시켰다. 1918년 유럽에 퍼진 스페인독감 땐 2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1차 대전 사망자(900만명)의 3~5배가 독감으로 죽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해 '무오년 독감'으로 14만명이 사망했다. 에볼라는 아프리카 콩고 북부의 작은 마을 얌바쿠를 끼고 흐르는 강 이름이다. 1976년 이 마을에 들이닥친 괴질 바이러스로 주민 모두가 눈·코·입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에볼라로 인해 201... [나재필 기자]
▶산다는 것은 결절이다. 성공과 실패, 확신과 후회, 행복과 불행, 사람과 사랑이 결합돼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서로 끊어져있다. 모두의 삶은 다른 듯 같다. 삶이란 나쁜 짓만 안하면 일정한 틀 속에서 비슷하게 돌아간다. 한마디로 그게 그거다. 저 사람 일상이 곧 본인의 일상이다. 삶의 문법이 닮았다는 얘기다. 가족을 건사하고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원형질이지만, 사실 그때가 되면 늦다. 걸어 다닐 기력조차 없는데 여행이 호사일리 없다. ▶교사·교수의 길을 걸었더라면 행복했을까.(연수·방과 후 수업·담... [나재필 기자]
▶겨울이 깊어갈수록 어둠의 총량도 커진다. 어둠은 그림자다. 그림자는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외로움으로 감정을 증폭시킨다. 필연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과 외로움의 넓이가 확장된다. 주변의 사람들이 서서히 곁에서 떠나가기 때문이다. 아들을 군에 보낸 후, 여럿이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남들은 유난스럽다고 지청구를 주지만, 어쩔 수가 없다. 심지어 아침 점호시간(동계기준 6시30분)에 맞춰 기상하고 구보도 한다. 떨어져 있지만 동류의식,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살을 에는 날씨에 천변으로 나가 뜀박질을 하는 건 곤욕이다... [나재필 기자]
▶눈물은 불가피할 때 흐른다. 이성으로 이겨내지 못할 때 불가항력적으로 흐른다. 그래서 떨어지지 않고 주르륵 내린다. 절박한 눈물은 짜지 않다. 맑다. 아들이 머리를 박박 밀고 육군훈련소 연병장에 섰을 때 그 맑은 눈물 맛을 알았다. 미각으로 느끼는 맛이 아니라 촉각으로 느끼는 눈물 맛, 단전에서부터 차오르는 묘한 비애였다. 눈물을 억누르고 있던 홍채의 괄약근이 풀리자, 몸 전체 50개의 조임근에서 어둠이 쏟아졌다. 눈물은 들켰을 때 모호해진다. 타인이 보면 청승맞고, 비밀스러움이 탄로 나면 슬픔이 희석된다. 하지만, 멀리서 ... [나재필 기자]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반기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다그 함마르셸드 유엔 사무총장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소련군의 헝가리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충주고 2학년 때는 '미국 방문 프로그램'에 선발돼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외교관 꿈의 서막이다. 외무고시 차석, 직무연수 수석을 차지한 그는 47년 간의 공직생활중 '세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까지 지냈다. 반기문은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장관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장삼이사들은 그를 ‘노무현이 키운 적장자’라고 말한다. ▶안희정은 충남 논산에서 태... [나재필 기자]
▶후다닥, 세월은 잘도 간다. 거침이 없다. 20대(代)의 시간은 20㎞ 속도로 흐르고, 50대에는 50㎞로 빠르게 지나간다. 육신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벌써 저만치에 있다. 시련을 딛고 간신히 일어섰지만 시련의 삶은 여전히 간당간당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봄은 급기야 오고야말 것이다. 세월은 계륵(鷄肋) 같은 것이다. 안고가기엔 버겁지만, 그래도 버릴 수는 없는 필연의 업보다. 희망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절망 뒤에서 사람의 간을 본다. 항상 불신 뒤에서 애간장을 태우다가 온다. 인생이 우리를 속이는 건지... [충청투데이]
▶닭은 새였다. 5000년 전까지만 해도 훨훨 날아다녔다. 독수리처럼 창공을 날아 들쥐를 낚아채던 새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동안 날갯짓을 하지 않아 나는 법을 까먹었다. 더구나 인간이 던져주는 모이에 길들여져 가금(家禽) 신세가 됐다. 닭의 평균 수명은 10년이다. 하지만 보통 35일만 지나면 치킨집(육계)으로 팔려나간다. 생애의 1%도 못살아보고 죽임을 당한다. 살벌한 요절이다. 닭은 야맹증 환자다. 깜깜하면 뵈는 것이 없다. 빛에도 민감하다. 인간의 감지능력을 뛰어넘어 눈과 피부로 빛을 알아채는데, 그때 울음을 터뜨린다. ... [나재필 기자]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폭풍우를 만든다. 한낱 퍼덕임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다.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아주 소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프랑스 대학생 8명이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건물 유리창을 박살낸 것이다. 일종의 반전(反戰) 외침이었는데, 졸지에 남녀평등, 히피운동, 여성해방운동, 반정부시위로 커졌다. 이것이 '보수... [나재필 기자]
▶한반도는 고려시대까지 해상왕국이었다. 삼면(三面)의 바닷길은 교류와 소통의 통로였다. 하지만 조선은 명나라 해금(海禁)정책을 추종해 적극적인 '공도(空島)'정책을 폈다. 섬을 비운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살던 섬의 숨골을 끊으니 섬은 죽었다. 육지와 단절됐다. 섬과 바다는 점차 잊혀지고 철저하게 버려졌다. 섬은 유배지, 금단의 땅으로 변했다. 왕조가 섬을 버린 것은, 결국 백성을 버린 것이었다. 육지 중심의 편협한 틀에 갇혀 백성을 버린 것이다. 섬이 섬으로써, 뭍과 연결되기까지는 다시 수백 년이 걸렸다. ▶폭풍은 한낱 바람... [나재필 기자]
▶촛불이 탄다. 촛불이 타는 건 제 몸을 태워 세상을 구해보겠다는 아주 거룩한 희생이 아니다. 제 몸을 바쳐 조금이라도 세상의 불구(不具)를 고쳐보겠다는 온전한 헌신이다. 그 촛불은 때론 횃불이 되어 세상의 등불이 되기도 한다. 몸을 태우고 또 태우면서 바닥을 드러내면 불꽃은 불(火)이 아니라 꽃(花)이 된다.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소실점이 아니라 발화점이다. 촛불을 들었다는 건 국가가 국민을 버렸다는 역설적인 증거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이 국가를 지켜야하는 한심한 상황을 빛(光)으로써 경고하는 것이다.... [나재필 기자]
▶하야(下野)는 시골로 내려간다는 뜻이니 관직에서 물러남을 말한다. 탄핵(彈劾)은 '남의 죄상을 캐어 밝힌다'는 뜻이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표적물을 쏘아(彈) 잘라낸다(劾)'는 의미다. 쉽게 얘기해서 하야는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고 탄핵은 강제로 끌려 내려오는 것이다. 야권이 주장하는 '질서 있는 퇴진(退陣)'이 가장 바람직한데 사실은 이 또한 '질서'가 없다. 대권 욕심을 내는 쪽에서 그럴싸하게 만들어낸 왜곡된 질서인 셈이다. 하야를 하면 2개월 안에 대선을 치러야하니 시간이 없고, 탄핵을 하면 시간만 끌다가 임기를 거... [나재필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속았기 때문에 잘못 뽑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안 속겠다며 잘난 척을 했지만 속았다. 등신처럼 뽑았고, 등신처럼 당했으며, 등신처럼 후회하고 있다. 더 기가 찬 것은 대통령에게 속은 것도 억울한데 일개 '몸종'에게도 속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이나 '몸종'에게 속은 것이나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나와 있다. 대통령은 버티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한다. 그 방법이 설령 하야(下野)든, 퇴진이든, 탄핵이든 간에 농간(弄奸)에 휘둘린 어... [나재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