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스 퀴즈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기자와 경찰과 세무공무원 셋이 밥을 먹으면 밥값은 누가 낼까?" 정답은 식당 주인이다. "국회의원과 거지와 공무원 셋이 술을 먹으면 술값은 누가 낼까?" 정답은 술집 주인이다. 더럽고 아니 꼬아서 식당 주인이 돈을 내버리고 만다는 우스갯소리다. 자칫 김영란법을 여기에 빗대면 이 또한 난센스다. 공짜로 술과 밥을 얻어먹는 작자와 공짜로 고가의 선물을 받는 작자들을 발본색원해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토끼 한 마리 잡겠다고 대포를 쏘고, 독수리 한 마리 잡겠다고 미... [나재필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참 좋은 법이다. 진작 나왔어야 했다. 공짜로 밥 먹고 공짜로 선물 받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니 '한국판 포청천'이다. 잘못된 것은 뜯어고쳐야한다. 이제 제돈 주고 밥을 사먹어라. 이제 선물도 오버해서 사지 마라. 그러면 깨끗하다. 김영란법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안주고 안 먹으면 굳이 쫄 필요도 없다. 법에도 눈물이 있지 않느냐고 굴종하지 말고, 눈물 흘릴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참으로 고약한 예외조항이 있다. 징벌 대상에서... [나재필 기자]
▶한때 글을 쓰며 밥을 먹고, 다시 글을 쓴 후 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먹어도, 먹어도 왜 그렇게 배가 고팠는지 모르겠다. 신기한 일은 소화 장애를 일으킬 것 같았는데 오히려 식탐이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1㎏, 2㎏…. 어떤 날은 하루에도 1㎏이나 살이 불었다. 완전한 사육이었다. 폭력적인 음식으로 창자를 가득 채우니 몸뚱이도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무거워진 머리와 가슴은 말할 것도 없고, 생명유지의 목적을 가진 60조 넘는 세포들이 곤죽이 됐다. 생각에도 근육이 붙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근육에 기억력이 생긴 결과 다른 ... [나재필 기자]
▶퇴근길에 대폿집에 앉아 선문답에 빠졌다. 푸른 핏기의 하얀 소주를 들이키던 무명씨가 물었다. “일하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일하는가?” 필시 ‘일의 보람’을 묻는 것일진대 선뜻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누구나)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 일에서 보람을 느끼려면 능력을 인정받아야하고, 월급봉투가 두툼해야한다. 그런데 야근을 ‘밥’ 먹듯 하지 않으면 ‘밥(돈)’은 따라오지 않는다. 만약 보람보다는 돈이 더 필요하다고 털어놓는다면 아예 ‘밥줄’이 끊길지도 모른다. 무명씨는 히노 에이타로가 쓴 ‘아, ... [나재필 기자]
▶메르스 사태가 예상외로 커지자 정부는 낙타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낙타를 숙주(감염원)로 지목한 뒤 낙타고기를 절대 먹지 말라며 코미디 같은 예방법까지 배포했다.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핑계 삼기에는 말 못하는 동물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설설 끓자 이번엔 고등어에게 죄를 물었다. 직화조리 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게 이유였다. 설상가상으로 삼겹살집이 날벼락을 맞았다. 정작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소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애먼 서민음식만 볶아대는 꼴이다. 보통의 가정에서 고등어를 구워봤자 1년에 몇 마리나 굽겠는가.... [나재필 기자]
▶우린 다리(교량)가 무너져도, 항공기가 추락해도, 건물이 무너져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불운이 생겨도 '나'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아, 멀쩡했던 다리가 자신이 지나갈 때 무너질 리 없다. 아, 평온했던 비행기가 자신이 탔을 때 떨어질 리 만무하다. 어찌 살아왔는데, 얼마나 고생하며 살아왔는데 그런 불행이 오겠느냐며 자조한다. 무조건 '나'는 안전하고 '나'는 위험하지 않다고 철석같이 믿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덜컹거리고, 다리가 휘청거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깨닫는다. 아! '나'에게도 불행은 찾아오는구나. 그... [나재필 기자]
▶매미는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란다. 하지만 지상에 올라와서는 보름도 못 되는 날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긴 어둠, 짧은 빛의 삶이 억울해서일까. 매미의 울음은 한스럽다. 특히 수컷은 특수한 발음기를 지녀 울부짖음에 가깝다. 말매미는 전기톱으로 쇠를 마찰하는 듯한 연속적인 울음소리를, 참매미는 맴~맴~맴 리듬 있게 울어대지만 시끄럽기는 매한가지다. 자동차 주행소음 평균이 67㏈인데, 말매미의 최대 울음소리는 158㏈이나 된다. 이는 수류탄이 1m 거리에서 터질 때 나는 소리에 버금... [나재필 기자]
▶한 노인이 뙤약볕 아래 커피 자판기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투입구에 1000원짜리 지폐를 넣는데 계속 뱉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부정한 허리가 더더욱 절박해보였다. 하지만 어르신 만면엔 미소가 가득했다. 잠시 후 맛보게 될 달달한 설탕 맛을 이미 손끝으로 느끼는 듯했다. 곁엔 구부러진 지팡이가 노인의 한여름 '더위사냥'을 응원하며 땀을 흘렸다. 어르신에게 커피는 어떤 존재였을까. 왜 자판기 옆에 놓인 아이스크림 냉동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까. 그건 이열치열이 아니라, 청춘들의 '테이크아웃'을 닮고 싶은 욕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재필 기자]
▶새벽2시, 아파트 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떠드는 통에 잠이 오지 않았다. 한마디 할까도 생각했지만 꾹 참았다. 결국 집밖으로 나와 근처 천변을 뛰었다. ‘달밤에 체조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깜깜한 천변은 괴기스러웠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까봐 등골이 오싹했다. 두려움을 안고 그렇게 20㎞를 뛰었다. 그리고 20㎞를 걸어서 돌아왔다. 시침이 오전 6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천변의 속살을 일일이 체득한 기회였다. 새벽의 불한당들에게 ‘욱’하지 않은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자위했다. ▶... [나재필 기자]
▶한사람은 산꾼이고 한사람은 뱃꾼이다. 두 사람 모두 '세계최고(最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산악인 '대장' 허영호와 요트 ‘선장’ 김승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충청도가 고향이다. 허영호는 충북 제천, 김승진은 충북 청주다. 김 선장의 경우 한때 제천에서도 산 적이 있었으니 '충청도 제천'이 공통DNA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고향이, 고향이 아니라 타향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허 대장과 김 선장은 충청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이지만, 고향은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딱 1... [충청투데이]
▶하루아침에 아주 근사한 정원이 생겼다. 백목련과 화살나무, 천지백, 명지나무, 영산홍, 백철쭉, 꽃나리, 황금편백, 단풍나무가 집마당에 펼쳐져있는 것이다. 챙넓은 모자를 쓴 활엽수와 제 몸의 중량을 줄여 뼈대를 드러낸 침엽수가 볕의 정기를 한껏 빨아들인다. 활엽수와 침엽수가 공존하니 정원은 사계절이다. 나무는 바람의 방향으로 휘어진다. 햇살도 정해진 동선으로 떨어지지 않고, 비스듬히 누워 바람소리와 교감한다. 창가에 앉아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호사다.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온 이후 달라진 삶의 덤이다. 물론 아파트 정원은 다... [나재필 기자]
▶악취가 풍길 정도로 썩었던 싱가포르는 리콴유가 집권한 이후 180도 바뀌었다. 그는 부패방지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전담조직을 세웠다. 부패와의 전쟁도 시작했다. 장관이었던 친구마저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죄했다. 반면 공무원들의 연봉은 대폭 올렸다. 처우가 좋아지니 선물이나 식사 대접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싱가포르 총리의 연봉은 약 25억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약 5억원을 받으니 가히 파격적이다. ▶김영란법을 놓고 업계·일반인의 '온도 차'가 크다. 우스갯소리로 ‘경제마비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엔 허점이 많다... [나재필 기자]